'학교에 심어진 오래된 나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인화여자고등학교가 교정에 있는 나무 처리 방안을 놓고 크게 고심하고 있다. 주민 민원에 따라 오래된 나무 중 일부를 베어냈는데, 다른 주민들이 나무를 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택가 민원에 학교 벌목 계획
8그루중 인접 4그루 베어내자
인화여고는 올 8월부터 노후화로 인해 붕괴 위험이 있는 97.5m 길이의 학교 서측 담장을 교체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은 담장에 붙어 있는 메타세쿼이아 8그루를 베어낼 계획을 세웠다. 학교 인근의 빌라와 주택가에 사는 주민들이 메타세쿼이아로 인한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메타세쿼이아의 나뭇잎이 빌라 옥상으로 떨어져 배수구를 막아 불편을 겪을 뿐 아니라, 가을철에는 너무 많은 양의 잎이 떨어져 매일 길거리를 청소해야 한다며 학교에 나무 벌목을 요구해 왔다.
인화여고는 8그루의 나무 중 우선 담장과 너무 가까이 있어 태풍 등에 의해 주택가나 빌라로 쓰러져 안전사고가 생길 우려가 있는 나무 1그루는 밑동만 남긴 채 베어냈고, 3그루는 절반 정도 벌목했다.
이번엔 '벌목 반대' 주장 제기
"주민 의견 모은후 처리 결정"
그러자 이번에는 나무 벌목에 반대하는 쪽에서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생태 교육 차원에서 오래된 나무를 학교에서 임의로 베어내면 안 된다는 게 민원인들의 주장이었다. 이 메타세쿼이아는 1980년대 후반 학교에 심어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메타세쿼이아 8그루를 모두 베어낼 계획이었던 인화여고는 현재 4그루를 남긴 채 벌목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주민 한쪽 의견만을 수용해 나무를 베어내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인화여고 관계자는 "주민들의 의견이 상반돼 학교 측에서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의견이 모이면 학교가 추진 중인 생태 숲 조성사업과 조화를 이뤄 나무를 처리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