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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사는 초호화 아파트와 주택들이 TV 예능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되면서 논란이다. 논란의 핵심에 MBC '나 혼자 산다'가 있다. 출연진들의 '억'소리 나는 집값이 언론에 공개된 탓이다. 전현무의 강남 아파트는 지난해 말 매매가가 44억9천만원, 박나래의 이태원 단독주택은 경매 매입가가 55억1천122만원, 화사의 한남동 대형 고급빌라는 매물가격이 30억원이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사회적 성취에 걸맞은 자산은 비판받아선 안 된다. 세 사람 모두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현역이라는 점에서 집값이 그리 과해 보이지 않는다. 고가 주택을 사고 유지하기 위해 비정한 연예판에서 악착같이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삶을 보통 사람은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집은 좋을수 있으나, 삶이 행복할지는 모른다는 얘기다.

비판의 초점은 프로그램의 취지 때문이다. '나 혼자 산다'는 450만가구가 넘는 1인 가구의 애환을 예능으로 풀어내는 프로그램이다. 새 출발을 옥탑방이나 반지하에서 시작하는 청년이거나, 돌봐줄 자식과 배우자 없이 텅 빈 집을 지키는 장·노년층이거나, 1인 가구의 삶은 대체로 외롭고 고단하다. 프로그램 초기 '나 혼자 산다'는 평균적인 1인 가구의 삶과 소통했고 그 덕분에 장수해왔다. 그런데 출연자들의 집값이 공개되면서 출연자들이 평균적인 1인 가구의 삶과 분리되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시청자의 비판이 쇄도한 것이다.

최근 종편에서 시작해 지상파 방송까지 확대된 '골프 예능'도 마찬가지다. 골프가 대중화됐다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민스포츠는 아니다. 많은 서민들에게 골프 용어와 규칙은 외계어나 다름없다. 4인이 주말에 실제 골프장을 이용하려면 1인당 30만~40만원은 가볍게 깨진다. 장비와 용품, 레슨비는 별도다. 박세리, 김미현에 유명 연예인들이 등장해도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 배경이다.

'나 혼자 산다' 출연진들의 집값이 성토의 대상이 되고 '골프 예능' 시청률이 저조한 것은 TV가 시대를 읽지 못한 탓이지 싶다. 다락같이 오른 집값에 중산층마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마당에 1인 가구주들의 심경은 오죽할까. 거기에 요일마다 탁 트인 초원에서 골프를 치는 연예인을 마주해야 하니, 화면은 시원한데 서민들의 가슴은 답답하다. TV 예능이 현실과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