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할 책을 단골들이 직접 정하는 동네 책방이 있어 화제다. 단골들이 추천 목록을 정하면 책방 주인은 그 목록대로 책을 주문해 손님의 이름표가 붙은 책꽂이에 진열해 책을 파는 방식인데, 자신이 추천한 책이 많이 팔리면 책방 주인이 주는 깜짝 선물도 받을 수 있다.
인천 개항장 거리, 중구청을 비스듬히 마주 보고 있는 작은 책방 '문학소매점'의 한쪽 벽면은 30여 칸으로 나뉜 책꽂이가 차지하고 있다. 이 책꽂이에 붙은 이름은 '중매점'이다. 단골이 다른 손님에게 책과 인연을 맺어주는 '중매쟁이' 활동을 한다는 뜻에서 문학소매점 정웅(38) 사장이 붙였다.
인천 중구청앞 책방 '문학소매점' 눈길
책꽂이에 이름표… 추천도서 직접 관리
책꽂이 칸칸마다 관리하는 손님의 이름표가 붙어있다. 추천 도서를 구매해 꽂아 놓는 일은 책방 주인 정씨가 맡고, 책꽂이가 허전하지 않도록 장식하는 일은 30여명의 손님들이 직접 하고 있다.
이설야 시인과 양진채 소설가 등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인들도 책 중매 활동에 동참했다. 양진채 작가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랜덤박스' 전략을 택했다. 무슨 책인지 알 수 없도록 책 전체를 예쁘게 포장했고, 대신 무슨 책인지 짐작해볼 수 있도록 엽서에 추천의 글을 함께 남겼다.
8월 초부터 시작했으니 한 달 정도 지났는데, 다른 손님들의 반응도 좋다는 게 정웅 사장의 설명이다. 정 사장은 책을 사서 읽는 독자가 중심이 되는 독자참여 서점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독자들의 시낭송이 결합한 시집 판매 기획전 등을 준비 중이며, 다음 달부터 추천 목록 '업데이트'도 조금씩 진행할 계획이다.
정웅 사장은 "내 일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는 손님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