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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면서 미국과 탈레반과의 전쟁은 공식적으로 끝이 났다. 미군의 아프간 철수 종료와 함께 탈레반은 순식간에 수도 카불을 포함해 전국을 장악했고, 많은 나라들이 아프간에 남아있는 자국민과 현지 조력자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작전을 진행했다. 탈레반의 보복과 탄압을 피해 나라를 떠나려는 사람들의 행렬로 공항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심지어 이륙하는 미군용 수송기에 매달렸다가 추락하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에 우리나라는 특별 기여자들(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던 한국군을 도왔던 인력과 아프간 재건 임무에 참여한 의료인력, 기술자, 통역을 담당했던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 390여명)을 국내로 데려오기 위한 미라클(MIRACLE)작전을 펼쳤다. 다행히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는 기사가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었다.

아프가니스탄은 지리적으로 이란, 파키스탄, 중국 등 여러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주변국가의 간섭과 영국, 러시아, 미국 등 강대국들의 침략, 내부 반군과 종교 세력으로 인한 혼란이 더해지며 오랫동안 전쟁과 박해의 역사를 겪고 있는 나라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이런 박해와 전쟁, 기아를 피해 주변의 파키스탄과 이란, 타지키스탄, 터키, 그리스 등의 여러 나라로 떠돌아야 했다. 이번 탈레반 점령 이후 탈레반은 인권보호와 여성인권 존중, 언론의 자유 보장을 약속했으나 도시 곳곳에서 심각한 인권침해 및 유혈사태와 폭력이 이어지면서 이러한 위험을 피해 국경을 넘는 난민들이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군 철군, 아프간 전쟁은 끝났으나
탈레반 인권침해 난민은 지속 급증


그림책 '노란 샌들 한 짝(Four Feet, Two Sandals-캐런 린 윌리엄스 외 글. 둑 체이카 그림. 이현정 옮김, 맑은가람)'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국경 도시인 페샤와르 난민촌에서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을 때까지 임시수용소에서 살아야만 했던 두 소녀의 우정 이야기를 그렸다. 2년 동안이나 신발을 신어보지 못한 리나에게 어느 날 구호물자 보급품 중 땅에 떨어져 있는 파란 꽃이 달린 노란 샌들 한 짝이 눈에 띄었다. 발에 꼭 맞지만 한 짝뿐이다. 다른 한 짝은 리나보다 더 마르고 발은 갈라지고 부어 있는 어떤 소녀가 신고 있다. 두 소녀는 발은 넷이고 샌들은 두 짝이라 번갈아가며 한 번씩 신기로 하고 매일 만나면서 우정을 나눈다. 어느 날 리나네 가족은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두 소녀는 서로에게 샌들을 양보하다가 '발은 넷, 샌들은 둘이니까' 한 짝씩 기념으로 가지기로 한다. "나중에 꼭 만나 함께 신자!"고 외치는 두 소녀의 볼에는 눈물이 흘렀다.

이 그림책처럼 이러한 슬픈 일들은 아직도 진행 중으로 지금도 발생하는 많은 난민 어린이들을 생각하게 한다. 사실 위험하고 두려운 일들은 어린이들에게 더 절박하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난민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생각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다고 탄압받고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일들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극이다.

그림책 '노란 샌들 한 짝'을 연상케
한국 미라클작전·바티칸 정착선언
인류 공존의 '작은 기적' 연대 몸짓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인 이탈리아 내 바티칸(면적 0.44㎞)은 프란체스코 교황의 움직임으로 그리스의 난민촌에 머물고 있는 난민가족을 바티칸에 정착시켰다. 2016년 4월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트위터에 "난민들은 숫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얼굴을 지니고, 이름이 있고, 삶의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인간으로 대우받아야만 합니다"라고 남겼다. 이러한 움직임은 인류의 공존과 박애정신으로 함께 나아가기 위한 연대의 몸짓이다. 어려움에 처한 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개별적인 고귀한 존재임을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면 숫자나 현상 보도만으로 쉽게 넘길 일은 아니다.

이번 우리나라의 '미라클 작전'은 아프가니스탄의 많은 난민들에 비하면 작은 일이지만 바티칸의 몸짓에 함께 움직인 작은 기적이다. 이러한 인도주의(人道主義)적인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인간의 권리를 누리며 사는 세상을 바란다.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