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세차 출입금지 현수막
인천 남동구 구월동 한 아파트에 '출장 세차' 출입을 금지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2021.9.6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인천지역 '출장 세차' 업계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소자본 무점포 창업이 가능해 3040세대의 주목을 받았는데, 지난달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출장 세차 차량 화재사고 이후 아파트 출입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출입통제 잇따라… 업계 '울상'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출장 세차업을 하는 김모(48)씨는 최근 당황스런 일을 겪었다. 고객의 예약을 받고 한 아파트 단지를 찾았는데, 경비원으로부터 제지를 당한 것이다. 경비원들은 "출장 세차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출차를 요구했다.

김씨는 "지난달 천안 화재사고 이후 이런 경우가 늘었다"며 "이 일대 웬만한 아파트는 다 막혔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이어 "전에는 신규 예약 문의가 하루에 10건 이상도 들어왔는데 지금은 많아야 1건 정도에 불과하다"며 "밥벌이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동구에서 출장 세차 업체를 운영하는 정모(51)씨 역시 하루하루 줄어드는 일감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정씨는 학원을 운영하다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려워져 고민 끝에 지난 1월 출장 세차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천안 화재사고 이후로는 개인 고객 예약이 전혀 없다"며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 너무 막막하다"고 말했다.

남동구 한 아파트단지엔 '출장 스팀세차 차량 아파트 내 출입통제'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아파트 입주민 A씨는 "생업으로 하는 분들은 안타깝지만 입주민 입장에선 불안한 게 사실이다. 안전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 한 막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입주민 B씨도 "이번 사고로 우리 아파트에서도 출장 세차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 보상 등 뒷감당이 어려울 것 같다. 출장 세차는 지하주차장 말고 다른 곳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창업 활발… 안전 규정 마련 시급


출장 세차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리스크가 적은 소자본 창업으로 최근까지 인기를 끌었다. 소형차 등 개인 차량이 있으면 최소 100만원대 장비만 구입해도 창업이 가능한 데다,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 비용 지출이 적기 때문이다.

스팀을 주로 활용해 오·폐수 발생 등 환경오염 문제가 적은 것도 장점이다. 심야나 새벽 시간에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체력적 부담이 적은 30대와 40대 등 비교적 젊은 층의 창업이 많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스팀세차 차량 통제 곳곳에 현수막 걸려… 출입자체가 어려워 큰 타격
소자본 창업 인기 리스크 적어 뛰어 들었는데… 개인 고객들 예약 끊어
입주민들도 "생업 타격 안타깝지만 불안… 확실한 안정보장 규정 급해"


하지만 지난달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출장 세차 차량 화재사고 이후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주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출장 세차 장비 등에 대한 안전 규정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출장 세차 시 스팀을 만들기 위해 전기나 LPG 등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안전 규정이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천안 화재사고도 이런 부실한 안전 규정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하성용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은 "출장 세차는 법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출장 세차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제도권 안으로 들여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LPG통 등 출장 세차 차량에 있는 위험물질에 대해 정리하고, 표준화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관련 법규를 보완하고 차량 구조 변경과 관련해 안전성 검사를 하는 등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