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의 우려 속에서도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국민이 많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라는 국가적 재난을 겪으며 공공의료의 확충이 얼마나 절실한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노동자들의 수고와 노력이 얼마나 큰지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은 못 버틴다'는 절실한 목소리에 국민 모두가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헌신과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지난 2일 '벼랑끝 총파업' 선언 보건의료노조
총리까지 현장방문 독려 탓 극적 철회 결단
7월3일 노동자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살기 위한 절규였다. 이는 '비정규직 철폐', '중대 재해 근절', '최저임금 현실화' 등 노동자들의 절박함을 호소하는 집회였다. 노동 현안 해결을 요구했던 민주노총 위원장을 감염병 예방법 위반과 집시법 위반을 내세워 강제 연행한 것은 부당한 처사다. 민주노총은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켰고 집회 참가자 중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방역대책본부에서 확인해 주었다.
물론 코로나가 확산하고 있는 와중에 꼭 대규모 집회를 감행했어야 했느냐는 쟁점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정부와 국회가 노동자들의 '살려달라'는 절박한 요구에 응할 준비와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중대 재해로 하루에 6명이 죽어 나가는 열악한 환경을 바꿔 달라는 절규에 정부와 국회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상기해 보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간절히 바랐던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그 법이 가장 절실했던 5인 이하 사업장을 제외하고 오히려 기업을 지켜주는 법이 되어버린 처참함 뿐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나 벌어졌던 노동자 대표의 강제연행을 '노동'을 존중하고 중시한다던 문재인 정부가 단행하다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국민의 생명권을 위해 신체의 자유, 영업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이 제한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비록 목적이 타당하더라도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이 헌법의 정신이다.
그랬던 정부가 새벽 민주노총대표 강제연행
노동 존중·중시 한다더니… 진심 보여줘야
갈수록 늘어가는 플랫폼 노동자, 생계를 위협받는 해고 노동자,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 목소리조차 내기 힘든 저임금 노동자, 빚만 늘어가는 자영업자 등 수많은 힘겨운 사람들을 보듬어 안을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인가. 아니면 애써 외면하는 것인가.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국무총리까지 직접 협상장을 방문해 밤을 새워서라도 협상을 타결할 수 있도록 독려했던 모습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이 때문에 극적 합의가 가능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감염병, 기후위기와 같은 재난 상황으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늘 힘없고 약한 이들에게 더욱더 가혹하다. 매번 위기의 순간마다 우리 국민은 정부가 못한 일을 척척 해내 왔다. 그것도 언제나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먼저 나서고 헌신하고 희생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눈에서 눈물을 거두겠다'는 얘기가 진실하려면 문재인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재용 같은 재벌에게는 특혜를 주면서 힘없는 노동자들에게는 가혹한 모습이 아닌 노동 존중의 의지를 이제라도 보여야 한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풀어주고, 살겠다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 존중에 대한 진심을 갖고 협의와 실천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10월 총파업에서 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호응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길임을 새겨듣길 소망한다.
/문영미 정의당 인천시당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