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동거
오현주 作 '명랑한 동거_은하수 기억', 60.6×60.6㎝, acrylic on canvas. /갤러리 '밀레' 제공

널찍한 대접 위에 알록달록한 집 여러 채가 사이좋게 자리를 잡고 있다. 골목을 밝히는 가로등과 고양이, 새, 나비 등 동물들의 모습도 보인다. 인천 십정동에 있는 카페형 갤러리 '밀레'에서 열리고 있는 오현주(Clara oh 현주) 작가의 제22회 개인전 '명랑한 동거'의 작품 속 캔버스 위에 펼쳐진 풍경이다.

비좁은 그릇을 집들이 빼곡히 채우고 있지만 비좁아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의 표정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편안함을 준다. 조화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작가의 작품은 추상화지만 구상적이기도 하다. 충분히 문학적이고, 서사적이기도 해서 '텍스트' 없이 작품을 만나도 작품을 들여다보기 어렵지 않다. 눈앞에 보이는 캔버스 위의 집은 마을, 우리가 사는 세상, 인류 등으로 자연스럽게 관람객의 의식을 확장한다.

작가의 설명을 빌리면 작품 속에 나타난 '집'은 은유적 대상이라고 한다. 집은 인간을 상징하기도 하고, 인류를 말하기도 한다. 인간은 집이 필요한 사회적 동물이다. 집을 통해 관계를 맺고 삶을 산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서 최소화하고 단순화한 형태의 '집'으로 추상적 요소와 구상적 요소를 접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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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作 '명랑한 동거_꽃그늘 아래 우리', 116.8×91.0, acrylic on canvas. /갤러리 밀레 제공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작업에 대해 "작가가 그려놓고 있는 삶의 풍경에는 음과 양이, 상처와 명랑함이 동거한다"면서 "자연의 생리에 배치되는 삶이 다반사인 현실과 비교되는 그의 그림은 그래서 울림이 크다"고 했다.

'명랑한 동거'라는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이상적인 풍경으로 설정하고, 집과 동물이 도란도란 함께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오현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조화로운 공존의 필요성에 대한 '자각'에서 시작된 작품"이라며 "인간과 인간에게 협조하는 자연, 그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말까지 이어진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