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601000209200009191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22개 종목 가운데 보치아와 골볼은 오직 장애인 스포츠에서만 볼 수 있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공을 굴리는 보치아는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과 각종 신경장애 선수들이 참가한다. 빨간색, 파란색 공을 6번씩 던져 표적구(하얀 공)에 가까운 공 개수만큼 점수를 내 승부를 겨룬다. 동계올림픽 컬링 종목을 연상하면 되는데, 7개 세부종목 금메달이 걸려 있다.

골볼은 소리가 나는 공을 상대 팀 골대에 넣는 시각장애인 스포츠이다. 모든 선수가 시야를 완전차단해 동일 조건에서 실력을 겨루도록 했다. 골볼의 공은 농구공보다 조금 큰 크기이며, 1.25㎏으로 무거운 편이다. 공안에 방울이 들어있어 공에 뚫린 8개의 구멍으로 소리가 난다. 가로 18m, 세로 9m의 마룻바닥에서 팀당 3명씩 경기를 진행한다.

한국 보치아가 개최국 일본을 연장 접전 끝에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한수(29), 정호원(35), 최예진(30)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지난 4일 열린 보치아 BC3 페어 결승에서 일본팀을 5-4로 물리쳤다. 3라운드까지 4-1로 앞서 완승이 예상됐으나 4라운드에서 3점을 허용, 연장에 돌입했다. 역전패 위기에서 최예진이 천금 같은 1점을 얻어 극적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자타공인 보치아 최강국이다. 1988 서울올림픽에서 1위에 오른 뒤로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이날 승리로 9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 도쿄올림픽에서 양궁 대표팀이 세운 9연패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연대와 희망, 도전으로 빛난 도쿄 패럴림픽이 지난 5일 폐막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으나 163개국 4천400여명의 선수들이 열전을 벌였다. 출전이 불발될 뻔한 아프가니스탄 대표팀도 극적으로 참가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2개로 종합순위 41위에 올랐다. 2016 리우 패럴림픽(종합 20위, 금 7, 은 11, 동 17)에는 미치지 못하나 전 종목에서 선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패럴림픽 출전은 그 자체로 위대한 승리"라며 "우리 모두 승리자"라고 격려했다. 대표 선수들은 어려운 환경과 신체적 고통을 딛고 자신과 조국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신체·정신·환경의 한계를 이겨낸 선수단의 투혼에 박수를 보낸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