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세종병원이 유효기간이 지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잘못 투여한 사실(9월5일 인터넷 단독 보도=[단독] 인천세종병원, 유효기간 지난 화이자 백신 21명에게 오접종)이 경인일보 취재를 통해 드러난 가운데 보건당국이 오접종 신고를 받고도 늑장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당국이 인천세종병원의 오접종을 파악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피접종자에게 알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세종병원, 계양구보건소에 신고
이상반응 확인할때 사실 미고지
6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세종병원은 지난달 27일 오전 유효기간이 경과한 화이자 백신을 실수로 잘못 투여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이를 계양구보건소에 신고했다.
계양구보건소는 당일 질병관리청에 보고하고,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의 부작용 등 이상 반응을 확인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인천세종병원은 지난달 20일, 25일, 26일 총 21명에게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투여했다.
계양구보건소와 인천세종병원은 이들에게 전화해 이상 반응 여부를 확인했으나 백신 오접종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재접종이 결정된 이후 이를 알리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게 계양구보건소 측의 해명이다.
유효기간이 경과한 백신을 잘못 투여한 인천세종병원의 오접종 사례는 질병관리청에 최초 보고된 것이었다. 최근 고대 구로병원 등에서 발생한 오접종보다 앞선 시점이었다. 이처럼 백신의 유효기간과 관련해 처음 발생한 오접종 사례이다 보니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 기간이 길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효기간 첫 사례' 심의 길어져
"당국 늑장대응" 피접종자 분개
피접종자들은 인천세종병원 측이 계양구보건소에 유효기간이 경과한 백신 투여 사실을 신고한 후 즉시 오접종 사실을 알렸어야 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 피접종자 가족은 "병원에선 몸에 이상이 있는지에 대해서만 묻고, 백신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며 "접종이 잘못 이뤄졌으면 어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지 설명해줘야 대처가 가능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의료계 전문가들도 유효기간이 경과한 백신의 안전성 여부와 상관없이 피접종자에게 제대로 안내해줬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안전성에는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있으나 백신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신속히 공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양구보건소 관계자는 "재접종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을 접종한 대상자에게 통보하면 혼란이 커질 것을 우려해 질병관리청의 방침이 세워지기를 기다렸다"고 해명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