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면에 소개된 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만화 '풀'로 미국 하비상을 받은 김금숙 작가의 '이방인'이다. 그동안 작가는 2012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아버지의 노래'를 데뷔작으로 소개해왔다. 그 이전에 출판사와 계약까지 이르렀지만 출판사 사정으로 출간되지 못한 작품이 있었는데, 그 작품이 바로 '이방인'이다.
수년 전 인천 강화에 정착한 김 작가가 마을에서 서점 '딸기책방'과 동명의 출판사를 운영하는 위원석 대표에게 자신의 첫 작품이지만 출간되지 못한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를 가벼이 넘기지 않은 위 대표가 출간 제의를 했으며, 작가가 흔쾌히 받아들이며 비로소 발표됐다.
사실 '미발표 데뷔작'이라는 표현은 내가 생각해낸 표현은 아니다. 위 대표가 배포한 책 소개 자료에 있던 표현인데, 상황을 설명하는 효율적인 표현인 것 같아서 빌렸다. 위 대표 역시 이 표현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데뷔'라는 것이 퍼블리싱(공표)을 포괄하는 개념인데, '미발표 데뷔'는 모순(矛盾)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계약까지 이뤄진 작품이었으니 단순한 '습작'이라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고, '미발표 처녀작' 등도 떠올렸으나 내키지 않았다. '처음 발표하는 데뷔작' 등의 방식은 군더더기 같고 지루했단다. 그래서 밀어붙인 표현이 '미발표 데뷔작'이다. 다행히 작가는 이에 대한 별다른 얘기가 없다고 한다. 이게 해명이다.
'이방인'을 소개하며 기분이 좋았다. 읽히지 못하고 묻힐 뻔했던 작품 하나가 인천 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제 인천 독자가 읽을 일만 남았다. 작가 김금숙을 알고 싶다면 이 책부터 시작하면 된다.
/김성호 인천본사 문체교육팀 차장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