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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올림픽은 끝났지만 또 하나의 지구촌 스포츠 축제인 패럴림픽이 지난 9월5일 폐회식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간간이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방송으로 접했지만 경기를 즐기기에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패럴림픽에 대해 알아야 할 100가지'라는 글을 읽었다. 그중 흥미롭게 읽은 몇 가지를 소개한다.

'패럴림픽'이라는 말은 그리스어의 전치사 'para'와 'olympic'의 합성어로 'para'는 '곁에' 혹은 '함께'라는 뜻이다. 패럴림픽은 올림픽과 나란히 나아가는 대회이며 두 대회는 함께 존재한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역대 패럴림픽 출전 선수 중 헝가리의 제커스 팔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딴 최초이자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펜싱으로 동메달을 땄고 1991년 버스사고를 당한 뒤, 1992년 바르셀로나 패럴림픽에 출전해 휠체어 펜싱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호주의 사격 선수 리비 코스말라는 74세의 나이로 리우 패럴림픽에 참가해 최고령 패럴림픽 참가자로 기록되었다. 그는 은퇴하기 전까지 열두 차례 패럴림픽에 출전하여 금메달 아홉 개를 포함, 모두 열세 개의 메달을 따냈다. 


패럴림픽 '올림픽과 함께' 라는 뜻
시각장애 육상·사이클참가 선수는
끈연결 가이드와 한몸으로 질주한다


패럴림픽만의 독특한 경기 규칙도 흥미로웠다. 육상경기에서 시각 장애를 가진 선수들은 팔이나 손을 가느다란 끈으로 묶어 연결한 가이드와 함께 달린다. 마찬가지로 시각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참가하는 사이클에서는 앞자리에 타는 파일럿이 방향을 알려준다.

가장 놀라웠던 내용은 2016년 리우에서 열렸던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육상 1천500m T13 등급의 기록이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당시 패럴림픽 1천500m 결선에서 1위에서 3위를 기록한 선수들은 직전에 열린 리우 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보다 빠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선수들이 그렇지 않은 선수들보다 더 빠르게 달린 것이다. 그 이유를 두고 육상 전문가들은 비장애인 선수들은 기록보다 메달을 따기 위해 경쟁자들을 살피며 속도를 조절하는데 패럴림픽 선수들은 오직 자신의 페이스에 따라 앞뒤 재지 않고 처음부터 전력으로 질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육상이 기록경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 중 누가 진정으로 스포츠 정신을 발휘했는지 생각에 잠기게 한다.

그럼에도 올림픽보다 빠른 감동도
안 끊어지게… 응원·위로를 보낸다


이번 패럴림픽에서도 잊지 못할 명장면을 만났다. 지난 9월1일,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선수만 참가할 수 있는 T11 등급의 육상 100m 경기에서 그리스의 가벨라(Ghavelas) 선수가 가이드 러너와 함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면서 예선을 통과하는 순간이었다. 기록은 10.88초. 종전 세계 기록을 0.4초 단축한 대기록이다. 방송으로 경기를 지켜본 나는 결승에서 어떤 기록이 나올지 궁금했고 함께 뛴 가이드 러너의 이름도 알고 싶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국내 언론들은 다음 날 열린 결승에서 어떤 기록이 나왔는지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나는 결국 그리스의 영자신문(The Greek Herald) 홈페이지에서 선수의 이름이 아타나시오 가벨라(Athanasios Ghavelas)이고 가이드 러너의 이름은 소티리오 가라까니(Sotirios Gkaragkanis)임을 알 수 있었다. 1999년생으로 동갑내기인 이 두 사람은 다음 날 치러진 결승에서 전날 자신들이 세운 기록을 다시 0.06초 단축하여 10.82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은 대기록을 세운 지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세계 기록을 또 한 번 바꾼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패럴림픽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이것이다. 같은 등급 육상 여자부 결승에서 한 선수가 경기 초반에 가이드 러너와 연결했던 끈이 끊어지면서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빗속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던 장면이다. 마치 한 몸처럼 뛰어야 하는 두 사람을 이어주는 가느다란 끈, 그 끈이 끊어지면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되고 마는 것이다. 이번이 끝이 아닐 터이니 다음번 경기부터는 절대 끊어지지 않는 끈으로 단단히 연결하여 마음껏 역주하시라, 나는 이렇게 응원과 위로를 보냈다. 세상에는 절대로 끊어지거나 풀리면 안 되는 끈이 있다.

/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