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강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신 여자배구 김연경 선수는 허벅지에 실핏줄이 터지는 상황에서도 용기를 북돋우며 팀을 이끌었고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금메달보다 값진 4강"이라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또한 경기 내내 함박웃음을 지으며 긍정적인 에너지로 한국 신기록을 갱신했지만 4위에 그친 육상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는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후회 없이 뛰었기 때문에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확실히 달라졌다.
'자본주의 키즈'라 불리는 MZ세대
직장에서 성공보다 개인발전 관심
추상적 비전·구호 이들에겐 무의미
이들을 일각에서는 '자본주의 키즈'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김난도 교수가 '트렌드코리아 2021'에서 올해의 키워드로 제시한 자본주의 키즈는 대한민국에 자본주의 경제가 정착한 이후에 태어나 자본주의만을 경험하고 성장하여 자본주의 논리를 가지고 놀 줄 아는 요즘 세대를 의미한다. 이들은 자신의 시간과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명확히 알고 주체적으로 선택한다. 이들은 명품을 사고 지폐 다발을 뽐내며 SNS에 인증하는 노골적인 돈 자랑을 교양이 없다거나, 사치나 낭비라 일축하지 않고 '그럴 자격이 있다'며 치켜세운다. 일견 뻔뻔해 보이지만 자신의 노력과 능력의 대가라면 쿨하게 인정하며 오히려 자신도 '플렉스 하고 싶다'는 부러움을 숨기지 않는다.
이토록 다른 신(新)인류를 맞이하여 공공기관에도 변화와 혁신의 타이밍이 왔다. 호봉제, 연공서열, 순환보직 등 기존 공공기관의 인사제도는 이들을 동기부여하기에 역부족이다. 이들은 스스로가 인적자본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자신이 직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바와 이에 대한 대가로 직장이 나에게 제공해야 할 보상의 정도를 꼼꼼하게 따져보며 스스로 동기를 부여한다. 이에 공공기관은 공고한 연공서열 중심의 문화를 탈피하고 '하는 일'에 따른 보상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이루어야 한다.
'밀레니얼보드'로 소통 매우 바람직
성과 확실히 보상 성장 이끌어줘야
또한 MZ세대의 성장 욕구를 똑똑히 활용하자. 이들은 직장에서의 성공보다 개인의 성장을 꿈꾼다. 조직에서 인정받기보다 인적자본으로서 자신을 발전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구성원의 성장이 곧 조직의 성장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공공기관이 구성원의 성장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이를 통해 당신은 궁극적으로 우리 기관이 이루려고 하는 목표에 어떻게 기여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무슨 말인지도 모를 추상적인 비전과 구호는 이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 이런 면에서 요즘 한국국토정보공사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에서 20~30대 직원들을 대상으로 '밀레니얼보드'를 신설하여 경영현안을 공유하고 실질적인 소통을 이루려는 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
직무를 명확히 구분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을 분명히 하며 개인의 성장을 이끌어 내는 것. 그리고 이 모든 정보를 투명히 공개하며 구성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공정한 평가와 피드백이 있다면 그 과정이 힘들더라도 기꺼이 즐길 줄 아는, 결과에 매몰되지 않고 과정과 경험을 높이 사는 요즘 젊은이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
생각해보면 세대의 교체는 늘 관심사였다. 1980~1990년대에도 기성세대에 비해 자유분방한 '신세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고 기업들은 늘 기성세대에 이들을 이해시키기 위한 인사교육을 실시했었다. 시대는 변화하고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공공기관은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새로운 구성원을 맞아 이들이 함박웃음으로 성장하며 최고의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두려움 없는 조직'으로 변화시킬 묘수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방성배 국토정보공사 경기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