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이란 무엇일까?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거나 건강검진을 받으면 자주 듣는 충고가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는 말인데 어떻게 해야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지 마음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학교에서도 배운 바 없고 어디에 물어본들 명쾌하고 신통한 답변을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모르긴 몰라도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면 이 마음이란 말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선가(禪家) 명저 '육조단경'에 풍번논쟁(風幡論爭)이라는 유명한 일화가 등장한다. 사람들이 깃발이 움직이는 것을 두고 바람이 움직인다, 깃발이 움직인다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자 육조 혜능이 말한다. "바람도, 깃발도 아닌 그대들의 마음이 동하는 것이다."
이 마음이라는 것은 참 오묘해서 가만히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는데, 이 아무것도 없는 데서 오만가지 번뇌 망상과 세상을 바꾸는 천재적인 아이디어와 사상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기에 마음을 가리켜 "공이불공(空而不空)하고 유이비유(有而非有)라" 즉 텅 비어 있으나 비어 있지 않고 있으나 있지 않다고 했고, 또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 해서 진짜 텅 비어 있지만 묘하게 있다고 했다.
요즘 인기를 끄는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법은 선불교의 수행법을 임상심리학적으로 실용화하고 현실화한 것이다. 이런 서적들과 명상법이 대중적인 관심을 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이 스트레스가 많고 정신적인 행복지수가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옛날에 비하면 외형적으로는 참 살기 좋아졌는데, 환경오염은 갈수록 심화하고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은 훨씬 적어졌다.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편리도 결국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한순간도 마음을 떠나서 사는 사람이 없는데 정작 우리는 마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또 어떻게 해야 마음을 잘 사용하고 다스릴 수 있는지 아는 사람도, 가르쳐주는 곳도 없다. 마음챙김이니 '내려놓기'니 하는 서적들이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것도 다 이 때문일 것이다. 올 추석도 가족, 친지와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는 틀린 것 같다. 직장인의 52%와 국민의 57.7%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귀성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의 위로와 평온이 긴요한 시기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