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치르는 이번 대선은 후보가 유권자를 직접 대면할 수도 없는 SNS 중심의 선거 여건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를 예의 주시하며 실시간 참고하게 된다. 한마디로 유권자나 후보 진영 양측 모두 그 어느 대선 때보다도 여론조사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시쳇말로 여론조사 업체는 그 어느 때보다 선거판 대목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형국이지만 그에 따른 문제점과 풀어야 할 과제도 늘고 있다. 여론조사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지적을 받아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론조사 업체들 결과 '들쭉날쭉'
왜곡땐 표심 못 정한 유권자 혼란
국가관·인격·정책 등 검증은 뒷전
그도 그럴 것이 76개 여론조사업체가 내놓는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이 워낙 둘쭉날쭉 다르게 나온다. 심지어 같은 날 조사한 지지율 결과가 업체에 따라 동일 후보의 순위가 높게 나오거나, 낮게 나오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동일 조사 업체가 며칠 만에 지지율 순위에 납득할 수 없는 수치 변화를 내놓으며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여론조사가 왜곡될 경우, 무엇보다도 표심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 큰 혼란을 주거나 민의와 동떨어진 인물이 후보로 낙점될 수 있게 된다. 설령 여론조사가 왜곡되지 않고 바른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라 해도 이에 대한 높은 의존 현상,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우려스럽다. 왜냐하면 지지율 1위 후보라는 이미지에 가려 후보의 국가관을 비롯해 인격과 정책 등 치열한 검증은 뒷전으로 밀리거나 실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1차 예비경선을 당원투표 20%와 일반 여론조사 80%로 치르기로 했다고 한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여론조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편치 않다.
현재 경선 국면에서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에게 매우 중요한 잣대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만약 여론조사 결과가 왜곡되어 있다면 당심과 민심 모두 왜곡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여론조사 업체가 지지하는 정당 성향에 따라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한 질문을 만들거나 모집단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도 한다. 얼마 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글로벌리서치'라는 여론조사 업체가 특정 대선후보 응답을 유도하고, 응답자의 연령대를 자의적으로 입력하는 등 편파 조사로 적발된 사례가 바로 그렇다.
허상·인기로 선택 오류 범할 수도
'정책 대결' 경선 주요관심사 돼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이를 둘러싼 일련의 현상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후보의 실상보다는 1위, 2위라는 지지율이 만들어낸 허상, 인기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대선후보를 정해 버리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나라 안팎으로 위기 요인이 산적해 있다. 향후 5년간 국정을 이끌어 나갈 지도자 선택에 여론조사 발표로 형성되는 밴드 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 편승효과)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닐까.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표심이 쏠리는 현상, 이로 인해 후보의 정책검증과 리더의 품격은 완전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아 우려된다.
유권자가 대선 후보를 선택할 때 후보들의 정책대결과 정책이 경선의 주요 관심사가 돼야 하는데 현재 경선이 이를 담아내고 있는지 의문이다. 인기 후보 중심으로 선거 판세가 형성되면서 제대로 된 후보가 지지율에 가려져 주목을 못 받게 될 경우,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했던 '알렌시 드 토크빌'의 오래전 말이 새삼 깊게 와 닿는 이유다.
/김정순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이사장·前 간행물윤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