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나듯, 일본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은퇴하고 싶었습니다."
2016 리우패럴림픽에 이어 2020 도쿄 패럴림픽 남자 유도 81㎏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친 이정민(평택시청·스포츠등급 B2)은 7일 인터뷰를 통해 "귀국 후 어머니는 부상을 염려하시지만 아버지는 정상을 밟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보이셨는데, 솔직히 내가 가장 속상했다"고 밝혔다.
선천적으로 망막층간분리증이라는 병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까지 정상급 비장애인 선수로 활동했으나 시야의 사각지대를 노린 상대 선수들의 공략이 집요해지면서 경기력까지 떨어지게 돼 결국 2015년 장애인 유도로 전향했다.
이에 2015년 헝가리 월드컵과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와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정상을 밟았고, 리우 패럴림픽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했다. 게다가 도쿄에 가기 위해 영국에서 열린 2021 유도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현재까지 세계 랭킹 1위다.
"금메달 따고 은퇴하고 싶었는데"
한번도 패한적 없는 상대에 말려
허리디스크 부상 몸 관리 자책
그러나 이정민은 패럴림픽 준결승에서 아제르바이잔의 라힘리 후세인에게 기습적인 허리후리기감아치기와 허리채기를 허용하며 한판으로 패해 3위 결정전으로 직행했고, 3위 결정전에서 드미트로 솔로베이(우크라이나)를 누르며 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2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이라는 대업을 이루기도 했다.
그는 "한 번도 패한 적 없는 상대에게 시작하자마자 절반을 내주면서 경기가 말렸다. 그렇게 허무하게 질 줄은 몰랐다"고 푸념하면서도 "허리디스크가 터졌지만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한 선수 본인의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하지만 그는 두 군데에서 허리 디스크 부상이 발생했으며 대표팀 훈련과정에서 왼손 약지 인대가 끊어졌는데 재활 없이 대회 기간 내내 테이핑만 한 채 대회에 출전했다.
이같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만큼 3년 후 열릴 패럴림픽 출전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는 "2차례의 올림픽 모두 제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선 적이 없었다. 도쿄에서 한 때 '이렇게 다쳐가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나'하는 생각도 했다"면서도 "장담은 못 하지만 프랑스에서 마지막 도전의 꿈을 이어가고 싶기도 하다. 내 꿈이면서 경기 출전을 좋아하는 유도인이기 때문에 피가 끓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원유신 평택시청 감독은 "일단 이정민은 전국장애인체전에 출전한 뒤 프랑스 도전 또는 국가대표직 은퇴를 검토할 것"이라며 "100% 몸이 완벽한 상태가 된다면 다음 패럴림픽 정상 도전을 적극 독려하고 싶다"고 전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