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이게 이 가격이라고?"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기 불황이 지속하면서 재고품이나 흠집이 있는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른바 '리퍼브' 매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2시께. 인천 남동구의 한 리퍼브 매장은 물건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매장 상품 중 원가 6만2천원인 냄비를 45% 할인한 가격인 3만4천원에 판매하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인터넷 최저가보다 저렴했다. 모 브랜드 비데 가격은 16만9천원. 인터넷 최저가가 25만원인 걸 고려하면 8만원 더 싸게 살 수 있다.
리퍼브는 '리퍼비시드(Refurbished)'의 줄임말로, '재공급품'이라는 뜻이 있다. 소비자의 단순 변심이나 포장 상자 손상, 미세한 흠집 등으로 반품된 상품 또는 전시용 제품 등을 저렴한 가격에 재판매하는 매장이다. 매장에서는 제품을 정상가에서 30~80%나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올해 3월 문을 연 남동구의 해당 매장은 6개월 만에 포인트 적립을 위한 회원 가입 수가 1만3천여 명을 넘으며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원가 6만2천원 짜리 냄비 절반가·인터넷 최저 25만원 비데 16만9천원
정상가격의 30~80%나 할인 판매… 인천 지난해 3곳 신설 15곳 성업중
매장에서 만난 손님 30대 김모씨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보물찾기를 하러 온다"며 "어차피 물건은 다 새것인데 인터넷 최저가보다 저렴하고, 특가 세일하는 상품도 있어 구경하는 맛이 있다"고 말했다.
송도에서 왔다는 40대 최모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처음 와봤다. 리퍼브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포장도 꽤 잘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잘 눈여겨보고 다음에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재방문할 예정"이라며 쇼핑을 이어갔다.
매장 관계자는 "매장 통계를 보면 신규 고객의 재방문율이 90%에 달한다"며 "매일 진열 상품이 달라지기 때문에 관심을 두고 방문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 지역에는 15개 정도의 리퍼브 매장이 있다. 지난해에만 3개 이상이 생겼는데, 연수구·계양구·남동구 등 아파트가 밀집한 곳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계양구의 한 매장은 오픈 1년여 만에 판매 공간을 확장하는 등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퍼브 시장이 2010년대 중순쯤부터 생겨난 것으로 분석한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애플이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수리 대신 리퍼 제품으로 교환하는 정책을 펴면서 리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었다"며 "이후 홈쇼핑과 온라인 시장에서 '무료 반품' 마케팅을 시행하며 반품 제품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리퍼브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서는 리퍼브 매장의 취급 품목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리퍼브 제품은 가구와 가전제품 위주로 한정돼 있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스마트폰 관련 제품, 완구, 의류, 캠핑용품, 유아용품, 유통기한이 임박한 신선식품까지 대형 마트 형태로 매장이 변화하는 추세라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일부 매장은 '3일 이내 환불'이 가능하다는 정책을 내세우기도 한다.
유통업계는 리퍼브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지점 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코로나19 불황 속 리퍼브 호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