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에 사는 양모(45·여)씨는 얼마 전까지 '경력단절여성'이었다. 20년 전 출산과 육아로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그는 "내가 직장생활을 할 때만 해도 육아휴직을 권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만큼 직장문화가 폐쇄적이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직장에서 회계 업무를 맡았던 20대 시절의 그는 남부러울 것 없이 당당히 사회생활을 해나가던 여성이었다. 그는 '조만간 다시 일할 수 있겠지'하는 생각으로 육아에 전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낸 세월이 어느덧 20년이나 지났다. 시간이 갈수록 자존감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시 할 수 있겠지'라는 확신이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부평 여성, 직장 얻고 4개월째 근무
국비로 자격증·연계 정보 '쏠쏠'
양씨는 웹서핑을 하던 중 인천광역시여성새로일하기센터 산하 부평새일센터에서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한다는 공고를 우연히 보게 됐다. 용기를 내 센터 문을 두드린 그에게 새롭게 출발할 희망이 보였다.
양씨는 "센터에 다니면서 국비 지원으로 자격증도 취득하고, 취업연계 정보도 얻어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센터 지원으로 ITQ 한글과 엑셀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코로나19로 일자리 구하기가 힘든 상황에서도 새 직장에 취직해 4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과거 일했던 직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회계 관련 자격증에도 도전하고 있다.
센터는 경력단절여성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인천에는 광역센터를 포함해 지역 센터 8곳이 있다. 집단상담을 통해 경력단절여성들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취업상담과 연계까지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센터는 여성 구직자를 찾는 기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경력단절여성 채용 기업에는 지원금을 주고, 여성친화 환경 조성을 위한 사업비로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한다.
센터, 자존감 높일수 있게 도와
여성 구직자 채용 기업 지원도
이 사업에 참여한 디케이엠의 안수영 상무이사는 "새일센터와 인연을 맺으면서 기업 입장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면서 "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온 분들은 직무 이해가 높고 여러 면에서 장점이 많다. 앞으로도 꾸준히 경력단절여성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기업은 2018년 여성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새일센터에서 지원을 받아 휴게실과 화장실을 리모델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전기택 선임연구위원은 "지역 새일센터는 경력단절여성의 잠재 역량 발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비대면으로 교육을 하면서 상황에 맞게 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 경력단절여성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