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기차'가 달리던 협궤 철로가 이제는 수원시민들의 든든한 발과 힐링의 장소로 변모했다. 수인선이 25년 만에 완전 개통했고, 수원시 구간이 지하화하면서 상부공간은 시민들의 자유로운 산책로가 됐다. 지난해 9월12일 개통한 수인선 수원 구간 개통 1년을 앞두고 편리해진 서수원의 교통과 수인선 상부공간을 확인해본다.
수송의 역사와 함께 달린 수인선
수원과 인천을 잇는 수인선은 역사의 궤적을 따라 달렸다. 수인선은 침탈이 극심하던 일제 강점기, 경기 동부지역에서 생산되는 쌀과 경기만 염전지대에서 만든 소금 등을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 탄생했다. 궤도 간격이 표준보다 좁은 협궤선으로, 총 52㎞ 구간에 17개 정거장으로 시작됐다. 초기에는 주로 화물을 수송했으나 점차 여객 기능도 증가해 수원~화성~안산~시흥~인천이 교류하는 주요 수단이 되면서 '꼬마열차'라는 애칭도 얻었다.
일제강점기 소금 등 일본 반출 위해 탄생
고색·오목천역 신설 서수원 교통 편의↑
수원시청역까지 40분→11분 단축 성과
고색·오목천역 신설 서수원 교통 편의↑
수원시청역까지 40분→11분 단축 성과
수인선은 1977년 수원~인천 간 산업도로가 개통하고 화물 운송 기능이 도로교통으로 이동하면서 폐선의 길을 피할 수 없었다. 1977년 9월부터 화물 수송이 중단되고 제한적인 여객 수송만을 담당하다가 1995년 12월31일 한대앞~수원 간을 마지막으로 수인선은 멈춰섰다.
오목천역·고색역 등 편리해진 서수원
지난해 운행을 다시 시작한 수인·분당선은 획기적으로 수원시민들의 교통편의를 높이고 있다.우선 분당선과 직결되면서 시민들이 안산과 시흥을 거쳐 인천으로 가거나 용인과 성남을 거쳐 서울로 진출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개통 이전에 수원에서 인천으로 이동하는 데는 90분이 걸렸지만 수인선은 이를 70분으로 대폭 단축했다.
특히 고색역과 오목천역이 신설돼 철도 이용에 소외됐던 서수원 지역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높였다. 수원시 경계지역인 오목천역에서 수원시 중심부인 수원시청으로 이동하려면 버스로 환승까지 해 40분이 걸렸지만 현재 수인선을 이용하면 11분 만에 수원시청역에 도착한다. 시간을 잘 맞추면 30분 가까이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서수원 권역의 교통편의를 높인 수인선은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이용객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우선 '고색골'이라 불리던 마을 이름을 딴 고색역은 지난해 일평균 4천438명(승차 2천240명, 하차 2천198명)이었던 이용객 수가 올해는 5천998명(승차 3천46명, 하차 2천952명)으로 대폭 늘었다.
수인·분당선 수원 구간의 마지막 역사인 오목천역도 일평균 이용객 수가 지난해 일평균 3천562명(승차 1천860명, 하차 1천702명)에서 올해 4천226명(승차 2천192명, 하차 2천34명)으로 20%가량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수인선 지하화 상부공간, 주민 쉼터가 되다
수인선 수원 구간은 서수원권 주민들에게 이동의 편리성뿐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을 제공한다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당초 수인선 수원 구간은 옛 수인선 구간 그대로를 활용하는 지상철로 계획됐다. 시민들은 지상으로 철길이 놓이고 열차가 달리게 되면 철길을 사이에 둔 두 지역은 단절될 수밖에 없고 소음 등 환경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지하화사업 상부공간에 마련 '하늘숲길'
이팝나무·대왕참나무 등 고즈넉한 풍경
국내 유일 협궤터널 '보행터널'로 재탄생
이에 수원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수인선 수원시 구간의 지하화를 추진, 지난 2013년 3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수인선 제2공구 수원시 구간 지하화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이팝나무·대왕참나무 등 고즈넉한 풍경
국내 유일 협궤터널 '보행터널'로 재탄생
덕분에 수인선 수원 구간 지하화로 상부공간에는 '기찻길' 대신 '사람길'이 생겼다. 고색동에서 오목천동으로 이어지는 3.5㎞ 구간이 길게 연결돼 선형으로 끊기지 않고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수인선 하늘숲길'이 됐다. 올해 말 준공이 예정돼 있으나 현재도 시민들이 산책 등으로 이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수인선 하늘숲길은 이팝나무, 왕벚나무, 대왕참나무,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 억새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심어 도심 속 숲길을 재현했다. 옛 철로를 활용해 독특한 경관을 연출하고, 곳곳에 가미된 고즈넉한 풍경이 마음을 편안해지게 하는 곳이다.
주민 편익을 위한 수원시 노력은 계속된다
수원시는 수인선 상부공간을 공원화하면서 주민편익시설을 추가 설치하는 등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배려를 가미했다.대표적인 것이 협궤터널이다. 수인선이 통과하던 189m의 협궤터널은 수원시와 화성시 경계에 위치한다.
국내에 현존하는 유일한 협궤터널로, 보존 및 활용 가치가 높다는 점에 주목한 양 도시는 시민들이 왕래할 수 있는 보행 터널로 재탄생시켰다. 터널 내부에 수원시와 화성시의 경계점을 표시해 편의성과 역사성을 살린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또 수원시는 수인선 하늘숲길 구간 중 도로와 하천 등으로 단절된 구간에 보행입체시설을 설치해 끊이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오목천역에 설치된 환승주차장을 역사와 연결하는 통로를 추가로 만들어 인근 지역 주민들이 차량을 타고 지하철을 환승하러 왔을 때 외부로 나가지 않고 지하로 연결되도록 하는 공사도 마쳤다. 향후 환승주차장이 오픈되면 환승객들은 보다 편리하게 수인선을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앞서 2018년 폐선된 세류삼각선을 활용해 설치한 세류삼각선 자전거도로도 수인선 하늘숲길과 연결되도록 했다.
특히 현재 3개 출입구가 설치된 고색역에는 4번 출입구를 추가로 설치하고 있다. 매송고색로 건너편으로 추가출입구를 신설하면 인근 주민들은 물론 주변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수인선과 하늘숲길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수인선 수원 구간 상부 공원화로 조성된 하늘숲길이 시민들에게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수원발 KTX, GTX-C노선, 동탄인덕원선까지 개통되면 수원은 동서남북을 잇는 철도망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원근·김동필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