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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돈 중소기업중앙회 경기북부중소기업회장
제조업 강국이라고 하면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국가가 독일과 일본이다. 이들 국가는 우리보다 국토는 넓지만, 천연자원은 마찬가지로 보잘 것 없다. 미국도 빼놓을 수 없는 제조업 강국으로 특히 항공·방산분야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금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제조업을 다시 부흥시키는 것을 국정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는 농업국에서 1960~1970년대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해 한 세기도 안 된 지금 세계 5위 안에 드는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조선, 스마트폰, OLED, TV 등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접할 수 있다.

기업은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을 잘살게 하는 소득과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다. '코로나19 팬데믹', '탄소 중립', 'ESG 경영' 등 21세기 들어 기업환경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같이 예측하기 어려운 대내외 파고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을 시도한다.

기업의 역할이 이처럼 막중한데도 우리나라는 기업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해주지 않는다. 과거 압축 경제성장에서 드러난 일부 기업의 탈법·불법행위가 여기에 영향을 줬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상속세 부담으로
CEO들 기업 물려주기 망설여
세계 각국, 정부가 '승계' 적극 지원


우리나라 기업의 99.9%를 차지하는 663만 중소기업이 한결같이 하는 소리가 있다.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TV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찬란하지 않다." 거래처 납품, 자금난, 직원 고용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으며 환경변화 위험에 늘 노출돼 있고 어느 순간 사업을 접기라도 하면 기업인에게는 하루아침에 수많은 직원의 일자리를 잃게 한 책임이 뒤따른다.

기업은 초기 폐업의 위험을 넘어 도전과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유지하며 오랜 세월 동안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한다. 기업에 있어 생명력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은 장수할수록 경쟁력과 고객의 신뢰도가 높아지며 매출액, 자산, 일자리 창출 등 경영성과가 향상되기 때문이다.

독일, 일본, 미국 등 제조강국에는 100년이 훌쩍 넘는 장수기업이 넘쳐난다. 일본은 200년이 넘는 기업만 4천개에 달하고 있으나 불행히도 우리는 아직 보유하지 못했다. 이렇듯 우리의 기업 역사는 선진국에 비해 짧으며 장수기업 육성에 대한 제도도 미흡한 실정이다.

기업이 장수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절차가 있는데 바로 기업승계이다. 이는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니며 기업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결정이 될 수 있다. 선대에서 후대로 '성공적인 바통 터치'가 이뤄져야 하며 이런 세대교체는 단순히 부의 이전이 아닌 경제와 사회적 관점의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

'한국판 뉴딜 정책' 부응위해
장수기업 넘쳐나도록 혁신 필요


중소기업 CEO를 만나게 되면 대부분 연세가 지긋하다. 기업을 승계해야 하는데 아직 후계자를 찾지 못한 이들이 꾀나 많다. 일부는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을 물려주는 것 자체도 주저하고 있다. 이런 기업의 현실을 알기에 세계 각국은 기업승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독일, 일본 등은 기업을 '사회적 자산'으로 인식해 상속·증여세를 전액 공제하거나 자산매각 시점으로 납부를 유예해준다. 이에 반해 우리는 기업승계가 부모와 자식 간 '부의 대물림'이라는 '가업'의 개념에 머물러 있으며 최대 공제 한도, 업종 변경 제한, 사전·사후 요건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로 연 이용 건수가 88건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 등 사회·경제적 변화와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 등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은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도 장수기업이 넘쳐날 수 있도록 기업승계 제도에 본질적 개선이 필요하며 제도의 수요자인 기업의 목소리가 제때 반영돼야 한다.

/한영돈 중소기업중앙회 경기북부중소기업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