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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은 한민족 내전인 동시에 국제전이었다. 내전의 결과는 슬프고 아프고 현재진행형이다. 대한민국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북한)은 전쟁으로 정체성이 다른 두 국가로 완전히 갈라졌다. 전쟁 전 허술했던 3.8선을 오갔던 단일 민족이 전쟁 후에는 휴전선으로 완전히 분리됐다. 같이 흘린 피를 기억하는 한·미동맹과 조·중·소동맹은 휴전 후에도 한반도에서 냉전의 각축을 벌였고, 잔영은 지금도 짙다.

우리는 6·25전쟁이라 부르지만 북한은 조국해방전쟁이라 부른다. 미국은 한국전쟁으로 부르고 중국은 항미원조전쟁이라고 부른다. 민주진영의 명칭이 객관적인 반면, 공산진영의 명칭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미국이 없었으면 북한이, 중공이 없었으면 남한이 승리했을 전쟁이 휴전으로 끝나면서, 양 진영이 새기는 전쟁의 의미가 완전히 다른 탓이다. 단 하나 명백한 사실은 북한의 남침이 전쟁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15세 이상 관람가'로 상영을 허가한 중국 영화 '1953 금성 대전투'를 둘러싸고 소란이 대단하다. 지난해 중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6·25전쟁 휴전 직전 강원도 철원 일대에서 벌어진 '금성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다. 휴전 직전 중공군은 한국군이 점령했던 '금성 돌출부'에 대해 대규모 인해전술 공세를 펼친다. 영화에서 중공군은 한국군을 지원하는 미군에 맞서는 영웅들로 묘사되는 모양이다. 즉 6·25 전쟁의 중·미 대결을 극적으로 포착해 현재의 미·중 패권전쟁의 승리를 암시하는 선전 영화라는 평가다.

6·25전쟁을 북한이 조국해방전쟁이라 부르고, 중국이 항미원조전쟁이라 왜곡해도 그들이 자기영토 안에서 벌이는 짓이니 할 말은 많지만 제지할 방법은 없다. 일본 극우세력이 일제시대를 대동아공영시대라 주장한들 대처할 방법이 묘연한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의 슬픈 전쟁을 명백하게 왜곡하는 주장이 담긴 선전물을 공개적으로 국민에게 허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중공의 개입이 아니었으면 대한민국의 국경은 지금과 다를 것이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추가된 대한민국의 국군과 민간의 피해는 헤아릴 수 없다.

그랬던 중공군 찬양 영화를 버젓이 방영한다면, 우리는 6·25전쟁에서 피 흘린 국군과 UN군과 국민을 배신하는 민족이 된다. 그래도 되는 것인가.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