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하철에서 임산부 전용석에 앉아있는 성인 남성에게 자리를 비워줄 것을 요청하는 활동을 경찰관에게도 맡기는 것이 옳은 것일까, 아니면 옳지 않은 것일까.
인천시의회 신은호 의장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인천시 대중교통 기본 조례안'(이하 대중교통 조례안)을 놓고 인천시 자치경찰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사연은 이렇다.
대중교통 조례안에는 제6조 3항에 '지하철경찰대는 전동차 순찰시 임산부 외의 승객에게 임산부 전용석을 비워둘 것을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직장협 "사무 아니다" 거센 반발
지자체의 업무 떠넘기기 지적도
이에 대해 인천경찰청과 각 경찰서 등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의 단체인 '인천경찰직장협의회'는 임산부 지정석 관리 업무는 자치경찰의 사무가 아니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임산부 전용석 지정·운영은 주민 복지를 위한 지자체의 사무이지, 경찰의 임무 범위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인천시 관련 조례에도 '지하철경찰대 운영'은 범죄 예방 순찰 등 경찰의 임무 범위 안에서의 사무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경찰 측은 지하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범죄, 폭행 등 다양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순찰 활동이기 때문에 임산부 전용석 관련 업무는 지하철경찰대의 역할로 보기 어렵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천경찰직장협의회는 급기야 8일 인천시청 중앙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중교통 조례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태식 인천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인천시의회의 이번 조례 제정이 앞으로 행정지도(권고)라는 형식을 빌려 자치경찰의 사무를 늘리고, 지자체의 업무를 넘기는 전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발의한 신은호 의장은 반박
여성 보호·예방 업무 포함 주장
대중교통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신은호 의장은 경찰 측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반박하며 임산부 전용석 관리 업무도 자치경찰 역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 관련 조례가 명시하는 자치경찰 사무를 보면 주민의 생명과 신체 등의 보호를 위한 지하철경찰대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 여성 등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사람에 대한 보호와 예방 업무도 포함한다.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임산부들이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임산부 전용석을 만든 만큼 이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자치경찰의 사무라는 것이다.
신 의장은 "자치경찰에 무분별하게 지자체 업무가 떠넘겨질 수 있다는 경찰 측의 우려는 공감하지만 임산부 전용석 관리 업무가 자치경찰의 사무가 아니라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며 "해당 조항은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이며, 지자체뿐 아니라 자치경찰도 함께 임산부 보호를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인천시 자치경찰제가 지난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자치경찰 사무의 범위를 놓고 쟁점으로 떠오른 대중교통 조례안은 10일 본회의에서 최종 논의·결정된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