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당(以堂) 김은호(1892~1979), 검여(劍如) 유희강(1911~1976), 동정(東庭) 박세림(1925~1975) 등 인천을 넘어 한국 최고로 꼽히는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인천 중구 신포동에 있는 선광미술관에서 지난 6일부터 열리고 있는 '미추홀의 기억, 인천 활동 예술가 유고 작품전'은 인천 근현대 미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거장들의 대표작은 아니지만, 좀처럼 직접 마주할 수 없었던 작품들이 전시됐다.
놀라운 것은 이 작품들이 모두 한 개인 수집가로부터 나온 작품이라는 점이다. 지난 9일 찾은 전시장에선 작품의 소장자이자 전시를 기획한 이규명(74)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이씨는 "취미 삼아 하나둘씩 작품을 소장하게 됐고, 어느덧 전시회를 열 수 있을 만큼 수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작품 하나하나마다 소장하게 된 경위를 들려줬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의 작가들이 고마운 마음을 금전 대신 작품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작가로부터 직접 얻게 된 작품도 있고, 작가가 생계를 위해 작품을 팔았다가 소장한 사람의 사정에 의해 갈 곳을 잃은 작품을 손에 넣게 된 경우도 있다.
또한, 작가의 유족이 버린 쓰레기더미 속에서 작품을 찾아내 유족으로부터 작품을 가져가겠다는 확답을 받고 소장한 경우도 있고, 고물상 리어카에 실려 어딘가로 팔려가던 작품을 구해낸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가 그렇게 모은 작품 60여점은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 작품은 이당의 '노안도'와 '송학도'이다. 이 작품들은 12폭 병풍 가운데 일부인데, 나머지는 다른 소장자가 보관 중이라고 한다.
청전 이상범에게 그림을 배운 몇 안 되는 화가 중 한 사람인 옥계(玉溪) 오석환(1925~2013)의 오리와 게를 그린 작품도 눈에 띈다. '월미도 전경'과 '섬'이라는 제목의 고여(古如) 우문국(1917~1998)의 작품도 흥미롭다. 최병구 시인과 황추(1924~1992) 작가, 동정이 협업한 시화도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는 인천 미술사를 정립하는데 불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가 그렇게 모은 작품 60여점은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 작품은 이당의 '노안도'와 '송학도'이다. 이 작품들은 12폭 병풍 가운데 일부인데, 나머지는 다른 소장자가 보관 중이라고 한다.
청전 이상범에게 그림을 배운 몇 안 되는 화가 중 한 사람인 옥계(玉溪) 오석환(1925~2013)의 오리와 게를 그린 작품도 눈에 띈다. '월미도 전경'과 '섬'이라는 제목의 고여(古如) 우문국(1917~1998)의 작품도 흥미롭다. 최병구 시인과 황추(1924~1992) 작가, 동정이 협업한 시화도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는 인천 미술사를 정립하는데 불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석태 미술평론가는 전시에 대해 "우리나라 근대미술사의 중요한 축인 인천의 미술사가 본격적으로 기술되기에는 실제로 전하는 작품이 극히 드물다"면서 "미술사는 문헌을 중심으로 하는 일반적인 역사 기술방법과 달리 실제 존재하는 작품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번 전시의 의미가 작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획전이 향후 인천 미술사를 정립하는 데 작은 불씨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선광미술관에서 열리는 '미추홀의 기억, 인천 활동 예술가 유고 작품전'은 13일까지 이어진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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