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을 마치고 들어온 배를 맞는 사람들의 모습이 활기차 보인다. 바다에서 막 잡아온 먹을거리들을 부두에 늘어놓는 작업을 하느라, 또 이를 구경하느라 모두들 분주하다. 검정색 잉크로 인쇄된 만석·화수부두 풍경 위로 노란색, 초록색 나비가 날아다닌다.
인천 동구 우리미술관에서 지난 4일부터 열리고 있는 '우리 마을에서…' 커뮤니티 판화전에 걸린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인천 동구에 사는 마을 어르신과 주부, 학생 등 주민작가 18명이 판화가로 데뷔한 전시 '우리 마을에서…'가 인천 동구에 있는 우리미술관에서 최근 막을 올렸다.
어르신 8명·주부 5명·초등생 5명 참여
마을역사·동네풍경 4개월간 답사·작업
화수부두 등 다양한 삶의 이야기 새겨
전시에는 김정이·박문이·박송벽·박외자·신영자·윤순자·이음분·최태화 등 어르신 8명, 나미정·신미정·이여진·정영화·조성희 등 주부 5명, 김성문·정서연·안성훈·정준우·권정음 등 초등학생 5명 등 '주민작가'들이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커뮤니티 아티스트 윤종필과 어시스트 김범준, 만석동 등 동구 마을 주민 18명이 볼록 판화를 매개로 공동작업한 결과물을 선보인 전시다. 지역이나 마을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을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판화를 '커뮤니티 판화'라고 부른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역사와 동네 풍경 등을 중심으로 이야깃거리를 찾아내 직접 밑그림을 그리고, 조각칼로 새기고, 종이에 잉크를 발라 찍어냈다. 4개월 가까이 걸렸다. 마을을 답사하는 워크숍도 진행됐다.
만석동이라는 지명은 조세로 바치는 곡식을 모아두는 창고가 있어 '쌀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개항기, 산업화 시기를 거치며 여러 지역에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모여들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동네가 만석동이다.
마을 곳곳에 텃밭이 있고 예쁜 풀꽃이 풍성하게 자라고, 호랑이의 전설도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다. 일제 시대에는 잠수함을 만드는 공장도 있었다. 동구 주민들과 아이들은 이처럼 자신의 기억 속 풍경이나, 현재의 만석동 9번지와 화수부두, 만석부두 일대의 모습을 작품에 담아냈다.
이번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우리미술관은 동구 화도진로 192번길 3-11에 있다. 인천 동구가 인천문화재단에 운영을 맡긴 작은 전시장이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