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야당인 공화당이 소송전을 예고하는 등 거칠게 충돌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정부 직원 및 연방정부 협력업체와 100인 이상 사업장에 코로나19 백신접종 의무화 명령을 내리자, 공화당전국위원회가 '백신접종 의무화는 위헌'이라며 소송 제기로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은 화이자와 모더나 등 백신을 사실한 독점한 나라이다. 국민이 협조했다면 전국민 접종이 한참 전에 완료됐을텐데, 8천만명이 여전히 미접종자다. 이 때문에 백신이 넘쳐나는데도 12세 이상 인구 중 접종 완료자는 62.5%에 머물고, 델타변이 출현 이후 코로나 팬데믹이 재현되고 있다. 바이든이 "미접종자들의 팬데믹"이라며 강제접종에 나선 배경이다. 하지만 공화당전국위와 당소속 주지사들은 백신 강제접종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반발한다.
백신이 넘쳐나는 나라에서 접종의무화를 놓고 공익과 개인의 권리가 충돌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심경이 착잡하다. 11일 0시 기준으로 우리의 백신 접종률은 인구 대비 63.9%가 1차접종, 38.6%가 접종을 완료했다. 백신만 넘쳤다면 진즉에 100% 가깝게 접종을 완료했을테니, 접종 초기 백신 기근은 두고두고 한이 될터이다.
백신 등장 이전 정부의 K방역에 국민은 희생을 감수하며 자발적으로 협조했다. 집합금지 조치에 자영업자들은 생계를 포기했고, 국민은 나홀로 산행에서도 마스크를 썼고, 집단행동으로 방역조치를 어긴 단체들은 국민의 공적이 됐다. 하지만 백신 등장 이후 K방역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백신 없이 희생만 강조하는 K방역을 들여다보니 허무맹랑한 대목이 한 둘이 아니라서다. 바이러스는 시간을 가리지 않는데 자영업자의 영업제한은 왜 밤 10시, 9시, 10시를 오락가락하는지, 인적 드문 야외에서 마스크를 쓸 이유가 무엇인지, 엿장수 마음대로식 재난지원금 지원 기준은 무엇인지, 하나 같이 난수표 같다.
급기야 지난 주 자영업자들 수천명이 차량을 몰고나와 경적을 울리며 시위를 벌였다. 민주시민의 기본권을 발동해 발신한 구조신호였다. 경찰은 집시법으로 처벌한다는 입장이란다. 되돌아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부 방역조치에 국민이 이만큼 협조한 것 자체가 기적이다. 죽을 지경인 자영업자들의 기본권을 법으로 제한한다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닌듯싶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