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화를 기반으로 현대적이면서 독특한 수묵 작업을 선보이는 김민지(26) 작가의 고향은 강원도 인제다. 고향을 떠나 타지 생활을 오래 했다고 한다. 고교생 시절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왔고, 서울에 있는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하며 지금까지 타지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추석이나 설 등 가끔 고향을 방문할 때면 버스 차창 밖으로 항상 비가 내리곤 했단다. 그래서 작가는 비가 오는 날이면 고향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타지에서 머물며 계속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는 고향과 거주지를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본 스쳐 지나가는 풍경, 특히 비 오는 날 버스의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 등을 소재로 작업활동을 이어왔다. 작가의 주된 이동 수단인 버스의 창밖은 그의 캔버스가 됐다.
한지 위 먹의 농담만으로 포착한 나무
자가당착하는 이동·정착에 대한 질문
작가의 심정 고스란히 캔버스에 담아
김민지 작가의 개인전 '나 더하기 나'가 14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인천시립박물관 산하 인천도시역사관 소암홀에서 개최된다. 인천도시역사관이 '도시'를 주제로 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2021 도시를 보는 작가' 기획 전시의 두 번째 순서다.
최근 막을 내린 박병일 작가의 '숨토피아' 전시를 시작으로 이달 김민지 작가에 이어 내년 1월까지 한국화 작가 3명을 차례로 만난다.
'나 더하기 나'전은 김민지 작가가 활동 초기부터 진행했던 풍경과 나무에 '나'를 담는 작업의 연장선에 있는 전시다.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전통적인 표현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먹의 농담만으로 포착해낸 나무와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마치 흑백사진과도 같다. 그가 한지 위에 재현한 풍경은 자연스럽게 작가의 심정과 심리적 상태를 담아낸 결과물일 수밖에 없다.
"내가 선택하고 포착한 순간의 풍경은 당시 '나'의 감정의 집약체이고, 작업의 결과물은 현재의 '나'로 존재하게 된다. 이처럼 나의 과거와 현재를 시각화한 이미지들이 모여, 하나의 형상을 띠는 '나 더하기 나'가 되었다"(작가노트 중에서)
고향을 떠나 도시에 더 익숙해진 작가는 오히려 자연의 풍경이 낯설다고 한다. 작가 자신이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와 풍경을 보며 자신에게 던지는 '이동(移動)'과 '정착(定着)'에 대한 질문은 디아스포라적이다.
작가는 "나의 잦은 이동은 정착하는 삶에 대한 동경으로 이어졌고, 이 동경은 나무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었다"며 "나와는 반대로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존재인 나무에 나의 바람을 투영해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지 작가는 덕성여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 동양화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비 오는 139㎞의 풍경'(2019·룬트갤러리), '10그루의 나무'(2020·스페이스 가창) 등 4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