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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 8승에 빛나는 최경주(51) 프로는 전성기 시절 절묘한 벙커샷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인터뷰 때마다 '비결이 뭐냐'는 질문이 쏟아졌는데, '어린 시절 모래사장에서 연습한 덕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미국 방송은 해변 사진과 함께 그의 고향이 모래가 넘쳐나는 전남 완도라고 소개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벙커샷은 '넘사 벽' 골칫거리다. 벙커에 빠진 공을 핀 가까이 붙이지 못해 타수를 잃기 일쑤다. 싱글 골퍼들도 '오늘은 자주 벙커에 빠져 라운딩을 망쳤다'는 푸념을 한다. 드라이버샷, 아이언샷, 퍼팅과 달리 벙커샷은 연습장소도 마땅치 않다고 한숨들이다.

지난달 울산 해수욕장에서 중년 남성이 바다를 향해 골프채를 휘두르는 장면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무개념 골프 남'이란 비난을 산 이 남성은 모래사장에서 자신의 차를 운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관련 당국은 차를 몰고 해수욕장에 진입한 것은 처벌할 수 있으나 골프 스윙은 마땅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

국회가 공원·해변에서 골프 연습을 해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막을 장치를 마련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수원무)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서다. 골프채와 공을 이용해 백사장이나 공원 잔디밭 등에서 스윙이나 어프로치 연습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단속근거가 없어 시민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골린이'들은 실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잔디가 보이면 어프로치샷이고, 모래밭에선 벙커샷을 그린다. 해변에 가면 수영을 해야 하는데, 골프공이 벙커에 빠진 엉뚱한 상상을 한다. 공원 잔디는 어프로치샷에 최적이라며 이미지 스윙을 한다.

스윙은 골프채를 휘둘러 공을 날려 보내는 동작이다. 골프채 회전 반경 내에 타인이 있다면 매우 위험하다. 어프로치란 공을 홀컵에 접근시키는 동작이다. 연습하는 과정에서 딱딱한 골프공이 타인의 몸에 맞아 부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일부에선 해변에서 골프채 몇 번 휘두른 것을 두고 웬 호들갑들이냐 한다. 이런 것까지 법을 만들어 처벌해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타구 속도가 야구공보다 빠른 게 골프공이다. 날아온 공에 한 번이라도 맞아봤다면 입을 다물 것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