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_1.jpg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바리스타로 근무했던 C씨가 먼 발치에서 자신의 일터를 바라보고 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B(29)씨에게 김포 A아파트 커뮤니티센터 헬스장은 제대로 된 첫 직장이었다. 체육을 전공하진 않았으나 군 복무 때 운동의 매력에 빠진 그는 전역 후 프리랜서 트레이너로 일하다가 2017년 피트니스대회에서 입상까지 했다. 주위의 응원을 받으며 입사한 커뮤니티센터는 떠돌이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될 고마운 직장이었다.

8시간 근무 중 휴식시간과 식사시간을 보장받지 못해 틈틈이 골방에서 겨우 쉬면서도, 커뮤니티 운영위에서 폐기장 집기를 주워다 사용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해도 감내했다.

얼마 전 B씨는 커뮤니티 운영위의 요구에 따라 4년 가까이 일하던 센터에서 짐을 쌌다. 그는 "코로나 장기화로 이제는 프리랜서 트레이너 자리마저 구하기 쉽지 않다"며 막막해 했다.

같은 센터에서 오전 시간대 바리스타로 일했던 C(48)씨는 자녀들에게 일을 왜 그만뒀는지 말하지 못했다. 아직도 영문을 모르기 때문이다. 운영위원들에게 살갑게 대하지 않아 밉보인 게 아닐지 추정하지만 관리사무소 측은 상세한 사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는 2018년 김포로 이사하면서 관리사무소 공고를 접하고 자녀 양육을 병행하기에 안정된 일자리라 판단해 입사했다. 운영위에서 특정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레시피에 관여해도 참고 따랐는데 이런 식으로 그만두게 될 줄은 몰랐다.

C씨는 "주민들과 마찰을 일으킨 적이 없고 맛이 좋다고 소문도 났다"며 "문제가 있었다면 입주민 인터넷카페에 벌써 글이 올라왔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3~6개월 '쪼개기 계약' 거듭한 끝
권한없는 주민단체 압력에 실직
고용승계 불구 수습기간 적용도


자원봉사 성격의 주민단체 입김으로 실직한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종사자들(9월14일자 9면 보도=권한없는 주민단체 입김… 밥줄 끊긴 김포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직원들)이 노동인권 사각지대에서 고용불안과 주민단체의 간섭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A아파트 종사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관리사무소에 의해 채용돼 3~4년씩 근무를 지속하면서도 딱 한 번(1년)을 제외하고 3~6개월 단위로 계약을 거듭했다. 특히 지난 6월 초 관리사무소 용역업체가 변경된 후 고용이 승계됐음에도 관리사무소 측은 이들에게 3개월 수습기간을 적용한 뒤 계약을 종료했다.

커뮤니티 운영위는 오후 시간대 바리스타를 포함해 종사자 총 4명 중 3명의 계약불가를 관리사무소에 요구했으나 오후 시간대는 대체 인력이 구해지지 않아 고용이 유지됐다. 운영위원들은 B씨와 C씨의 계약 종료 후 관리사무소장이 배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직원 채용면접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와 C씨는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고용이 승계돼 퇴직금을 받지 않았던 것"이라며 "입주자대표회의와 용역업체 간 계약서에도 고용승계가 특약사항으로 들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지역 한 노무사는 "최근 판례상 고용과 퇴직금이 승계됐는데도 3개월 수습기간이었다며 계약을 만료하는 건 법으로 다퉈볼 만한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쪼개기 계약과 관련해 경기도노동권익센터 관계자는 "근무기간 2년이 넘으면 무기계약 대상이지만 실제적으로는 2년 내 기간으로 자유롭게 계약을 거듭할 수 있다는 게 현재 법원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