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원성을 산 일산대교가 이르면 내달부터 무료로 전환된다. 경기도가 공공처분 방식으로 운영사에 보상비를 주고 운영권을 회수한다. 2천억원 넘는 보상금 절반은 도(道)가, 나머지는 3개 지자체가 분담하기로 했다. 무료화를 선언한 날 이재명 경기지사는 '교통기본권'을 외쳤고, 김포·고양·파주가 병풍을 섰다.
통행료, 도민 세금으로 대체 공정한지 의문
패소땐 과다비용 지불 혈세낭비 비난 직면
이 지사는 운영권자인 국민연금을 '배임, 사기죄로 처벌받아 마땅한 부도덕한 집단'으로 본다. 통행료 수입에서 고리(高利)의 대출이자를 떼고, 손실이 났다며 통행료를 올리고, 도민 세금으로 수익보전을 받는다 맹공한다. (주)일산대교 단독주주인 국민연금이 자기대출로 최대 20%까지 금리를 적용하고, 최소운영수익보장금(MRG) 보장에 따라 연간 40억~50억원 지원금을 받는 행태를 비판한 거다.
이용자들은 '공짜'에 환호할지 모르나, 따져볼 게 많다. 우선, 수혜자 부담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용자가 내야 할 통행료를 도민 세금으로 대체하는 게 공정한지 의문이다. 연금 수익을 가로채 국민 모두에 피해를 주는 게 맞느냐는 주장도 있다.
보상액도 예상치를 크게 웃돌 수 있다. 국민연금은 7천억원으로 추정되는 수익금을 양보할 생각이 없다. 지루한 소송전이 예상되는데, 법원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 예단하기 어렵다. 의정부와 용인 경전철 소송에선 지자체가 모두 패소해 원금과 이자, 기대 수익금까지 토해내야 했다. 국민연금이 승소하면 과다 비용 논란에, 혈세 낭비란 비난에 직면할 게 뻔하다.
공공처분은 민자사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사업자는 중앙·지방정부를 믿고 투자를 한다. 도로·철도·교량을 건설해 소유권을 넘기고 공사비와 투자수익을 돌려받는다. 정부는 부족한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공재를 확보할 수 있다. 정부가 공적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면 상호신뢰가 깨지게 된다. 말을 바꾸는 상대와 투자를 논할 어리석은 자본은 없다.
공공처분, 민자사업 전반에 악영향 불가피
다른경우 '득보다 실' 판단에 선뜻 실행 못해
바가지요금은 일그러진 민자사업의 민낯이다. 특수목적법인(SPC) 건설사는 높은 단가로 본사에 시공권을 넘기고, 완공 뒤 웃돈을 받고 지분을 넘긴다. 투자자본은 셀프(Self) 대출로 고리에 수익보장금까지 챙긴다. 요금인상은 물가 오름과 연동되나, 계약 변경은 불가능에 가깝다. 협약서를 보면 민간사업자가 '갑'의 지위다. 이 기준으로는 국민연금만 아니라 민간자본은 모두 부도덕한 악덕 업자들이다.
미시령 터널은 ㎞당 통행료 890원, 마창대교는 ㎞당 1천400원이다. 그런데도 공익처분에 나서지 않는 건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광주제2순환도로 민자구간엔 4천억원 가까운 재정보전금이 지급됐다. 혈세 낭비란 비판에 광주시가 공익처분을 검토했으나 실행하지 못했다. '운영권을 취소할 정도의 법률적 요건이 충분치 않고,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용역결과를 보고 나서다. 모회사에 고리를 내주고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법인세를 내지 않은 4개 민자 도로의 관할 세무서들이 이율을 낮춰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한 것 역시 모두 패했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지사직을 가진 유력 후보의 정책 결정은 진정성을 의심받기 마련이다. 통행료를 내리고 대신 운영기간을 늘려 주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은 공짜에 밀렸다. 다수의 부담을 특정 수혜층의 지지와 바꿔먹는 매표행위란 공격을 받는다.
'이재명은 합니다'란 구호는 후보자 강점인 '추진력'이 도드라진다. 하지만 모든 일을 다 해선 안 되고, 할 수도 없고, 되지도 않는 게 세상 이치다. 때론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덤벼들다 화를 부르기도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