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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일대 어장에서 나온 폐어구와 스티로폼 부표 등 해상기인 쓰레기가 쌓인 구지도. /인천녹색연합 제공
 

인천 앞바다를 비롯한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대책을 담은 수산업법 개정안이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국회에 방치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난 20대 국회 때 유사 법안이 방치되다 자동 폐기된 수순을 똑같이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14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2월 더불어민주당 김영진(경기 수원병)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수산업법 전부 개정법률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6개월 넘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영진 의원 발의 '어구 실명제' 등
수산업법 개정안, 6개월 넘게 계류


김영진 의원이 발의한 수산업법 개정안은 국내 발생 해양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폐어구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어구 사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생산·판매 기록 작성, 어구의 과다한 사용을 막는 판매량·장소·방법 등 제한, 어민 책임을 강화하는 '어구 실명제' 도입 등이 뼈대다.

그러나 김영진 의원이 발의한 수산업법 개정안은 법안 심사 첫 단계인 농해수위 해양수산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조차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

한 환경단체 활동가는 "법안을 발의할 당시 농해수위 소속이던 김영진 의원이 올해 5월 기획재정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기면서 농해수위에서 직접 법안을 챙기기 어려워졌다"며 "농해수위 내에서 어구 대책 관련 수산업법 개정안에 대한 목소리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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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옹진군 백령도 연화리 인근 해변에 플라스틱 페트병과 철제 캔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중국어가 쓰인 것으로 보아 중국에서 밀려온 쓰레기로 추정된다. /경인일보DB

해양수산부가 2016년 작성한 '기존 어구 사용량 및 폐어구 현황' 자료를 보면 연간 어구 사용량은 13만t이고, 이 가운데 폐어구는 23.5%인 4만4천t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어구 생산·사용·관리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추정치일 뿐 정확한 통계가 없는 상황이고, 훨씬 더 많은 어구가 버려지고 있다는 게 어민들 얘기다.

농해수위 심사소위 후순위로 밀려
빨라야 11월… 대선 가까울수록 부담


국회 농해수위는 이달 말 법안심사소위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어구 관련 수산업법 개정안은 뒷순위로 밀려 논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10월 국정감사를 지나 빨라야 올해 11월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데, 내년 3월 대선이 가까울수록 해당 법안 처리에 정치권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어민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어민 반발 등으로 방치되다 20대 국회가 막을 내리며 자동 폐기됐다.

인천녹색연합 등 전국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이 구성한 '수산업법 전부 개정법률안 통과 촉구 시민모임'은 지난 13일 수산업법 개정안 통과 촉구서를 민주당 맹성규(인천 남동갑) 의원 등 국회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하라는 취지로 송영길(인천 계양을) 당대표에게도 촉구서를 보냈다.

시민모임 측은 "국민의 환경권을 위해, 미래 세대를 위해 수산업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는 통과돼야 한다"며 "국회 농해수위에서 안건으로 논의, 처리되고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될 수 있도록 21대 국회가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