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얼어붙은 고용시장은 교도소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출소자들에게 더욱 혹독하다.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출소자들을 우선으로 채용하는 인천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2년간의 교도소 생활을 마친 60대 이성수(가명)씨는 지난해 9월 새 출발을 다짐하며 사회로 복귀했다. 하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이란 기간 동안 변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이전에 살던 집은 계약기간이 끝났고, 가족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오갈 곳이 없어진 이씨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하 법무보호공단) 인천지부가 출소자들의 임시 거처로 마련한 생활관에 몸을 맡겼다. 다음 문제는 취업이었다. 당장 먹고 살려면 일자리를 구해야 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고용시장의 문턱은 높기만 했다. 환갑이 지난 나이도 취업에 걸림돌이 됐다.
살길이 막막했던 이씨에게 인천의 한 기업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건물·시설 관리업체인 (주)석송이 그를 채용했다. 이씨는 "다시 사회로 나왔을 때 구직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는데, 나이 많은 나를 채용해준 석송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법무보호공단과 협약후 8명 채용
얼어붙은 고용시장 출소자에 살길
김현태 대표 "열심히 일해 보람"
석송은 지난해 11월 법무보호공단 인천지부와 '고용협력기업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법무보호대상자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법무보호대상자는 형사 처분이나 보호 처분을 받은 사람 중 자립을 위한 주거와 취업 지원 등이 필요한 이들을 말한다.
석송 김현태 대표가 출소자들의 채용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인의 말 한마디 때문이다.
김 대표는 평소 업무차 교정시설을 오가는 한 지인으로부터 '법무보호대상자에게 관심을 가져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지인의 말은 한동안 김 대표의 머릿속에 맴돌았고, 사회에 나온 출소자들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렇게 석송은 자립 의지가 있는 법무보호대상자들을 한 가족으로 맞이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석송이 이렇게 고용한 이들은 이씨를 포함해 8명이다. 법무보호공단은 최근 석송을 '법무 고용 최고기업'으로 선정했다. 인천에서 법무 고용 최고기업으로 선정된 것은 석송이 처음이다.
김현태 대표는 "처음 회사에 들어올 때 해준 조언을 받아들이고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법무보호대상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많이 느낀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출발을 할 의지만 있다면 없는 자리라도 만들어서 법무보호대상자를 고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