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제나 소득재분배 제도로
최약자의 소득 높이는 방식 바람직
우선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균등분배이다. 즉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소득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이는 일견 공평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일을 하든 하지 않든 동일한 소득이 주어진다면 아무도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며 설혹 강제로 일을 시키더라도 생산성과 효율이 낮아 성장이 저해되고 사회가 유지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공정한 것으로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기여에 따른 분배다. 근대경제학은 시장원리가 잘 작동할 경우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각 경제주체는 자신의 참여로 생산물의 가치가 증가하는 부분, 즉 생산에 기여한 만큼의 보수를 받으며 이는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 생산 참여에 대한 보수는 기여 이외에 제도와 관습 및 경제 주체들 간의 상호 작용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크다. 하지만 일단 기여를 소득분배의 원칙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성장과 효율성의 촉진이라는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이는 공정한가. 장애나 능력부족 등으로 생산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소득이 전혀 주어지지 못한다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한쪽에서는 일부 유명 운동선수나 대기업 회장이 수백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다른 한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최저임금이나 그 이하의 금액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다면 설혹 이것이 기여를 정확히 반영한 보수라고 하더라도 과연 공정한지는 의문이다. 사실 기여에 따른 분배는 능력주의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가진 재산과 능력은 대부분 물려받거나 운이 좋아서 획득한 것이다. 노력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쩌면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이나 성향도 타고난 조건의 일부일 수 있다. 기여에 따른 보수라는 명목으로 터무니없이 높은 보수를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이클 샌덜의 책 제목처럼 '공정이라는 이름의 착각'일 수 있다.
연간소득 일정수준 미달하는 경우
차액만큼 보조 최소한의 소득 보장
프리드먼 '부의 소득세' 검토 필요
마지막으로 하버드 대학의 철학자 존 롤스가 제기한 최약자 보호의 원칙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롤스는 각 개인이 타고난 능력, 사회경제적 지위, 가치관 등 자신의 포지션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알지 못하는 소위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을 쓴 원초적 입장에서 바람직한 사회제도를 논의하는 사고실험을 진행하였다. 그 결론의 하나로 그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의 입장을 개선시키는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소위 차등원칙을 수립하였다. 이를 조금 달리 표현하면 가장 못사는 사람의 소득이 높은 사회가 그렇지 않은 사회에 비해 보다 바람직하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만일 내가 무능하거나 운이 없는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롤스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성장과 효율을 위해 기여에 따른 소득분배 원칙을 어느 정도 인정하되 최저임금제나 소득재분배 제도를 통해 최약자의 소득을 가급적 높이는 분배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자유시장경제 활동의 옹호자였던 밀턴 프리드먼이 제기한 부(-)의 소득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의 소득세는 연간 소득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경우 차액만큼을 부의 소득세 형태로 보조함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가 필요할 것이다. 존 롤스가 이야기한 대로 최약자의 소득을 개선시키지 않는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서명국 한국은행 인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