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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학 변호사·흰물결아트센터 대표
여권의 히어로였던 윤석열이 여권의 기피 인물이 되고 야권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2년 전 내 사무실 건너 대검찰청 앞 도로는 '조국파'와 '윤석열파'로 나뉘어 아수라장이었다. 진보진영의 후광을 입은 검찰총장이 진보의 아이콘 조국을 수사하다니….

윤석열이란 사람이 궁금해졌다. 나라를 위해 나선 것이라면 그에게 길거리의 지지와는 또 다른 위로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러나 현직 검찰총장이 나를 만나주겠는가.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어느 일요일 그와 찻집에 마주 앉았다. 내 궁금증에 그는 분명하게 답했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정권 내부의 환부를 도려내야 합니다. 대통령도 제 마음을 아실 겁니다." 


현 정권이 올바로 가도록 수난의 길을 걷겠다는 그의 결의에 내가 오히려 위로받는 것 같았다. "전 정권 수사 때는 당신 역시 '정권의 개'인가 했는데 현 정권까지 수사하는 걸 보니 이제 '검사'로 보이는군요." 무례한 내 말에 화를 낼 법한데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의 그릇이 작진 않은 듯해 한마디 했다. "앞으로 진보든 보수든 모두 힘들게 할 겁니다. 국민들만 보고 힘껏 나아가세요."

정치 현실 무시할 수 없다며 세력확장 몰두
'현실정치' 빠져들수록 지지율은 줄어들어


그 후 대통령이 불의한 내 편을 감싼다는 의구심이 커져 갔고 서울·부산 보궐선거로 국민들의 마음이 확인되었다. 만약 문 대통령이 윤석열의 정권 내부 수사에 협조했더라면. 문 대통령이야말로 내 편의 잘못에도 칼을 빼어 드는 공정한 대통령이라며 국민들은 얼마나 환호했을까. 그것은 문재인 정권의 성공으로 이어지고 "윤석열을 대통령으로!"라는 구호는 아예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권이 공격하면 할수록 거물이 되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박정희의 탄압이 김영삼, 김대중을 거물로 만들었듯 문 대통령이 윤석열을 내치자, 현 정권 인사들은 무차별적으로 그를 공격했다. 윤석열을 키운 것도 바로 대통령이었다.

요즘도 여권은 그에 대한 비난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마치 그를 야권의 대표주자로 세워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작정한 것처럼…. 지금 여권의 선거전략은 맞는 것일까. 정권 교체가 시대정신이라고 굳게 믿는 국민들도 많다. 그러나 정권 교체에 희망을 걸고 수없이 정권 교체를 해왔지만 무엇이 달라졌던가. 정권 교체를 내세우면 정권을 지지하는 편과 정권에 반대하는 편으로 갈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세상은 내 편만 감싸는 불의한 소리로 채워지고 말 것이다. 그런 나라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반쪽의 실패한 대통령으로, 반쪽의 실패한 국민으로 남게 된다. '정권 교체' 전략이야말로 '편 가르기'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의 바람은 재집권·정권교체가 아니라
국가 틀 바로잡고 선진문화 새시대 여는것


야당은 현 정권을 편 가르기의 명수라고 극렬하게 비난해 왔다. 야당 스스로 '편 가르기'로는 여당의 적수가 아님을 자인하는 셈이다. 그런 야당이 정권 교체라는 '편 가르기'에 의지하여 선거를 치르려 한다. 지금 야권의 선거전략은 맞는 것일까. 이승만 시대부터 여당은 '재집권' 구호로, 야당은 '정권 교체' 구호로 네 편을 공격하며 내 편을 결집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적과 동지를 갈라야만 달성되는 '재집권', '정권 교체'는 무엇을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이 아니라 상대를 무너뜨려 권력을 차지하려는 제로섬 게임일 뿐이다. 이런 선거전략으로는 어느 쪽이 선거에 이겨도 지는 것이다.

지금 정치인 윤석열은 정치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세력을 키워가는 현실정치에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은 현실정치가 아니라 현실정치에 진절머리 치며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갈망이었다. 그가 현실정치에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그에 대한 지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 그의 선거전략은 맞는 것일까. 국민들 역시 '재집권'이니 '정권교체'니 하며 가족까지 갈라서는 '내 편 네 편' 선거에 열광하고 있다.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재집권이나 정권교체가 아니다. 국가의 틀을 바로 잡고, 인간다움을 회복해 선진문화국가로의 새 시대를 여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진정한 소망일 것이다. 그런 소망을 간직한 뜨거운 가슴보다 더 현실적인 선거전략은 없다. 오로지 그 길로만 가면 선거에 진다 하더라도 성공이고, 만약 당선까지 된다면 대성공인 것이다. 역대 검찰총장과 다른 길을 걸었던 야권의 유력 후보 윤석열이 그런 길을 갈 수 있을까.

/윤학 변호사·흰물결아트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