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은 접종률의 바탕엔 백신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도입 초기엔 감염을 차단할 것이라 기대했으나 이제는 감염 이후 중증화 등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백신의 효과는 어떨까. 구글에서 'covid19'를 검색하면 국가별·날짜별로 코로나19 신규·누적 사망자와 확진자 정보를 보기 쉽게 제공한다.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를 보면 대부분 신규 사망자·확진자가 'U'자 형태를 보인다. 백신접종이 시작된 시기엔 내림세를 보이다가 최근 1~2개월은 다시 오름세다. 우리나라도 하루 신규 확진자가 2천명 안팎에 이르는 등 백신 접종 이전보다 더 증가했다. 우상향하는 기울기는 백신뿐 아니라 방역정책, 방역수칙 준수, 변이 발생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했을 것이다. 백신 접종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이러한 통계는 백신이 유일한 해답이 아닐 수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반대로 백신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피해를 줄였다고 볼 수도 있다. 아직은 모두 추정단계다.
역사를 정반합(正反合)의 과정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의 탄생도 '정(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촛불)'이 나타났고, 그 결과로 둘 모두가 아닌 새로운 '합(문재인 정부)'의 탄생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코로나19에 대입하면 어떨까. 코로나19를 '정'으로, 백신을 '반'으로 놓으면 '합'은 무엇일까.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델타 변이'일까. 아직 정과 반의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단계일 수도 있다.
정확히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지만 새로운 사회가 펼쳐질 것이다. 그 사회에선 바이러스 감염과 방역으로 인한 생계의 고통이 적었으면 한다. 역사는 나선형으로 발전한다고 한다. 지금의 고통이 진보를 위한 과정이길 바란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팀 차장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