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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이상반응 관찰구역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요즘 정말 행복하다고 좋아하셨는데…."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두고 코로나19 백신 이상 반응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A(25·여)씨는 경인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건강하던 아버지를 한순간에 잃은 것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A씨의 아버지 B(52)씨는 지난달 26일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1차 접종받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B씨는 "예약이 어려운 코로나19 백신을 회사 근처에서 맞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기뻐했다고 한다.

하지만 B씨는 접종한 지 4일 후부터 왼쪽 등의 뻐근함과 가슴 통증 등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튿날 인근 병원을 찾아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으나 B씨는 지인과 가족들에게 계속 가슴이 답답하거나 아프다고 말했다.

A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날에도 지인들을 만나 백신을 맞은 이후부터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며 "그때라도 병원에 모시고 갔어야 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병원 찾았지만 '이상 없다' 소견
"평소에 지병 없었다" 울분 토해
사망사례 632건… 인과 인정 2건


B씨는 이달 7일 오후 10시30분께 자다가 깨 훨씬 큰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B씨는 "아버지가 등이 너무 아프다고 말해 파스를 사다가 붙여드렸지만 계속 아프다고 하셨다"며 "아버지가 평생 처음으로 '너무 아파서 안 되겠으니, 병원에 가야겠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먼저 집 근처인 연수구의 종합 병원에 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병원에 도착해서도 B씨는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는 "어머니가 접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응급실 앞에서 쪼그려 앉아 있던 아버지는 갑자기 쓰러졌다"며 "이후 특별한 치료 없이 심폐소생술만 하다가 병원에 온 지 약 2시간 20분 만에 사망 판정을 받으셨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아직 50대 초반밖에 되지 않은 아버지가 왜 갑자기 돌아가셨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아버지는 평소에 지병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술·담배를 자주 하지도 않았다"며 "그런데 백신을 맞은 지 2주 만에 갑작스레 돌아가셨다"고 했다.

A씨는 아버지의 사망 원인이 꼭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에는 아버지 시신에 칼을 댄다는 것에 거부감이 들어 부검할 생각도 없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를 밝히기 위해 부검을 결정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글을 올리게 됐다"며 "저희와 같은 일로 마음 아픈 사람이 생기지 않기 위해 아버지가 백신을 맞은 이후 왜 갑자기 돌아가시게 됐는지 원인을 꼭 밝혔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올해 2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코로나19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632건의 사망 사례에 대해 심의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2건(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급성 심근염)에 대해서만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됐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