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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도 대선 시계는 격렬하게 돌았다. 연휴 전에 터진 여야 당내경선 유력후보들이 연루된 불편한 사실들이 밥상머리 화제로 올랐던 탓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검찰 고발사주 의혹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에 휘말렸다. 의혹은 일부 사실과 그럴듯한 추정으로 정치적 실체, 즉 선거 프레임으로 강화되는 중이다.

검찰 고발사주 의혹은 윤 전 총장이 현직이던 시절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2020 총선을 앞두고 김웅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에게 범여권 주요인물들에 대한 형사고발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를 젊은 정치 낭인 조성은씨가 폭로하자 여권은 곧바로 윤석열의 고발사주 의혹으로 단정했다. 윤 전 총장은 정권에 핍박받아 수족이 다 잘린 상황에서 고발사주가 웬말이냐는 반론을 내세워 여권의 윤석열 죽이기 정치공작 의혹으로 맞받아치면서 배후로 현직 국정원장을 겨냥하고 있다. 공수처, 검찰, 경찰이 모두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대장동 의혹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의 치적으로 내세웠던 대장동도시개발사업에서 7명의 민간 투자자가 4천여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사업이익을 독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동산에 민감한 여론이 화들짝 놀랐다. 이 지사는 '대장동에서 한 푼이라도 이익을 취했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도 못했다'며 공직과 후보직 사퇴를 걸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이 의혹 역시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드러난 사실이 그럴듯하면 숨겨진 진실은 힘을 잃는다. 검찰 고발사주 의혹은 제보로 공개된 '고발장'이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로 회자되면서 '윤석열 사주 여부'의 진실을 덮는다.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은 사실로 드러난 '비상식적인 민간인의 개발이익'이 '이재명 연루 여부'의 진실을 압도한다. 진실 앞에서 사실로 포장된 거짓과 소문은 한순간에 사라진다. 다만 진실은 너무 늦게 온다.

검찰 고발사주 의혹과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의 진실이 대선 전에 밝혀질지 의문이다.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던 불편한 사실들이 선거 후 드러난 진실 앞에 거짓이 된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 여야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불편한 사실들이 속출할 테다. 중립적인 민심의 상식적인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밥상머리 토론을 거친 추석 민심이 궁금하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