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가 2025년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고 인천만의 친환경 자체 매립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발생지 처리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폐기물 정책의 기본으로 돌아가 인천, 서울, 경기 각각의 쓰레기매립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친환경 매립지를 표방하는 '인천에코랜드'다.
하지만 새로 독자적인 매립지를 만들자니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하더라도 매립지가 갖는 혐오시설이라는 부정적 꼬리표까지 떼어낼 순 없다. 자체 매립지 후보지로 선정된 영흥도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는 등 매립지 조성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인천보다 앞서 친환경 매립에 눈을 돌린 경기 남양주와 세종시를 찾아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친환경 매립지 운영 현장을 지켜봤다.
# 공원 같은 쓰레기 매립장
지난 8일 찾은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광전리에 있는 남양주도시공사가 운영하는 '에코랜드'. 쓰레기 매립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먼지'나 '악취 '같은 단어는 이곳에선 필요 없어 보였다.
오히려 에코랜드 입구는 대형 화물차가 아닌 트레킹화를 신고 등산복 차림을 한 주민들이 밝은 표정으로 제집처럼 드나들고 있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매립지라기보다는 공원에 가까운 모습의 시설이었다. 에코랜드 입구에 꾸며진 멋진 인공폭포와 호수에 설치된 분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었고, 산책로에는 나들이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주민 내부 자유롭게 드나들수 있게 설계
야외공연장·산책로·수영장 등 '골고루'
에코랜드 입구에서 만난 조광식 남양주도시공사 에코랜드운영팀장은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 3분에 1명꼴로 마을 주민들이 드나들고 있다"면서 "매립지 내부를 주민들이 훤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자유롭게 드나드는 방식으로 설계했는데, 산책로는 마을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코랜드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광전리 1번지(청학로 8번길 39)에 조성된 쓰레기 소각잔재매립장이다. 전체 27만㎡ 부지에 11만3천500㎡ 규모의 매립장을 갖추고 있다. 매립시설뿐 아니라 야외공연장과 산책로, 잔디구장, 수영장, 체육관, 야구장 등의 주민 편의시설을 골고루 갖춘 주민 친화형 환경 재생시설이다.
에코랜드는 남양주시와 구리시가 심각해지는 쓰레기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 맺은 광역협약으로 조성된 시설이다. 구리시는 쓰레기 소각시설을, 남양주시는 소각 잔재 매립시설을 각각 건립했다. 총 43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05년 9월 매립지 조성공사를 시작, 2011년 6월 공사를 마치고 같은 해 7월부터 가동됐다.
재활용 ↑ 배출 ↓ 설계때보다 매립 여유
매립장 바닥 고밀도 점토 그위 시트 겹겹이
에코랜드는 39년 동안 연간 11만3천500㎡ 부지에 141만4천275㎥의 소각재를 3개 단계에 걸쳐 매립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설계 당시에는 1단계 부지를 2016년까지, 2027년까지 2단계, 2050년까지 3단계로 나눠 부지를 활용하려고 계획했지만, 현재 1단계 매립 용량(20만6천㎥)의 24.8%인 5만1천233㎥를 매립하는 데 그치고 있다.
조광식 팀장은 "설계 당시보다 폐기물 재활용률이 높아지고 생활쓰레기 배출량이 감소하면서 매립 용량에 여유가 생겼다"면서 "1단계 부지만 앞으로 20년은 더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공터 같은 매립장
에코랜드 매립장은 냄새도 악취도, 침출수도 거의 없다. 에코랜드의 쓰레기 매립 방식은 직매립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남양주시와 구리시에서 수거된 쓰레기는 구리시 자원회수시설에서 소각된다.
최첨단 시스템을 통해 4개 단계의 오염물질 최소화 과정을 거친 뒤 900℃의 고온 난로에서 쓰레기를 재로 바꾼다. 이렇게 완전 연소된 쓰레기 소각 잔재만 에코랜드에 반입이 허용된다.
조광식 팀장의 안내를 받아 차를 타고 매립장으로 이동해 매립 현장을 확인했다. 쓰레기 소각 잔재를 땅에 묻는 매립장이라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매립장이라는 사실을 알기 힘들었다. 그냥 넓은 운동장이나 공터와 다름없이 보였다.
매립장 한 귀퉁이에 회색 재가 쌓여있었는데 폐기물을 태우고 난 평범한 재였다.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 있었는데, 불쾌한 냄새가 없었고 손에 묻지 않을 정도로 습기도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에코랜드 매립장 바닥은 지반 위에 고밀도 점토를 깔고 그 위에 침출수가 땅에 스며드는 것을 막는 차수재와 '차수시트'를 겹겹이 까는 방식으로 시공됐다고 한다.
이는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침출수가 인근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한 조치로, 침출수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혹시라도 침출수가 발생하면, 수집 관로를 통해 침출수 처리장을 거쳐 1차로 우선 정화되며, 인근 하수처리장을 통해 배출된다.
매립장의 침출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빗물에 대한 대비도 철저했다. 빗물이 소각 잔재에 스며들지 않도록 매립지 상부에 방수막을 덮고 매립장 전체에 빗물 배수시설을 체계적으로 완비했다. 또 지하수 감시정을 곳곳에 설치해 주기적으로 지하수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등 꼼꼼히 대비했다.
차에 실려오는 소각 잔재는 매립장에 진입하기 전 계량기 위에서 무게를 측정 후 반입된다. 이곳에 부려진 소각 잔재는 일반 쓰레기와는 확연히 달라 악취나 유해물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침출수 최소화' 방수막 등 빗물 대비 철저
완전 매립이후 '마감 복토' 정기소독 실시
운반 트럭에 실려온 소각 잔재가 매립장에 부려진 후에도 소각 잔재가 먼지로 날리지 않도록 즉시 흙을 실은 차량이 출동해 소각재를 덮고 땅 다지기 작업이 이어진다.
소각 잔재가 부려진 이후에는 15㎝ 이상의 흙으로 덮는 당일 복토 작업이 진행된다. 소각 잔재 반입이 없어 매립 작업이 7일 이상 중단될 경우에는 30㎝의 수시 복토가 진행되며 단위 매립장의 매립이 완전히 끝났을 때에는 마감 복토 등으로 매립지의 환경을 유지한다. 정기적으로 소독도 실시한다고 한다.
조 팀장은 "남양주 에코랜드는 쓰레기 처리를 위해 꼭 필요한 소각재 매립장이다. 하지만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체육공원이고,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에게는 즐거운 공원이자 산책로"라며 "직매립 방식의 매립장에서 빚어지는 문제들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세종시가 운영하는 세종매립장도 직접 찾아갔다. 이곳 매립장 역시 혐오시설과는 거리가 멀었다. 악취나 먼지 등은 없었다. 세종매립장은 2013년 8월 세종특별자치시 고운동 819번지 일대에 4만2천709㎡ 크기로 산을 깎아 조성됐다.
2013년 8월 준공돼 2014년 9월 매립이 시작됐다. 세종매립장 역시 남양주 에코랜드처럼 직매립 방식이 아닌 친환경 매립장으로 운영 중이었다. 세종매립장에는 이 지역 7개 집하장에서 수거된 생활 쓰레기를 폐기물 연료화시설에서 연료화화고 남은 찌꺼기와 소각재, 연탄재, 도자기 등 불연성 폐기물을 매립한다.
4만2709㎡ 규모 산을 깎아 2013년 조성
연료화시설 거치고 불연성폐기물 매립
첨단시설 갖추고 사고·민원 아직 없어
이곳 매립장 역시 남양주 에코랜드와 마찬가지로 침출수와 지하수 오염, 메탄가스로 인한 화재 등에 대비하는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악취도, 침출수도, 가스로 인한 화재도 아직 없는 상황이다.

세종매립장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세종시 자원순환과 신병윤 주무관은 "세종매립장도 벌써 4~5년 전 준공된 시설인데, 아직 큰 민원이 없다. 가끔 인근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매립장 악취로 오인해 신고하는 경우뿐"이라며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새롭게 지어지는 매립장은 더 효율적인 기술이 적용되어 지금보다 더 친환경적으로 운영될 것이 분명하다. 쓰레기 매립장 하면 더럽고 냄새나는 혐오시설이라는 선입견을 이제는 버릴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명호·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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