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는 부랴부랴 용역을 발주해 열매 정리에 나섰지만 추석 연휴 동안 떨어져 짓이겨진 열매에서 나오는 냄새로 시민들이 고통을 호소한다.
23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이 일대에 가득한 은행나무 밑으로 얼핏 봐도 수백개가 넘는 누런색의 은행나무 열매가 떨어져 있었다. 대부분은 떨어진지 한참 된 듯 발자국과 타이어 자국에 짓이겨져 있었고, 스며 나온 액체에선 견디기 힘든 악취가 뿜어져 나왔다.
시민 A(48·여)씨는 "은행나무 가로수에는 암수 구별하여 수놈만 심어야 하는데 암놈에서 떨어진 은행 열매 악취가 너무 심각한 수준"이라며 "보도블록 말고 악취 나는 가로수를 교체해주는 후보를 차기 수원시장으로 뽑겠다"고 했다.
권선구 권선2동 일대도 사정은 비슷했다. 은행나무 아래 보도와 도로마다 은행나무 열매가 가득 떨어진 채 방치돼 있다.
시민 B(61)씨는 "환경미화원이 진작 치웠어야 했는데 연휴가 껴 버리는 바람에 이 지경에 이른 것 같다"며 "은행열매 처리 매뉴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빨리 치워야지 안 그러면 썩어서 더 심한 악취가 난다"고 강조했다.
추석연휴 도로마다 방치 짓이겨져
잇단 민원에 지자체 용역발주 분주
수원시뿐 아니라 도내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성남 미금역 앞 은행나무길에는 수백개의 은행나무 열매가 떨어져 있다. 역으로 향하는 시민들은 은행 열매를 밟지 않으려 이리저리 피해 걸었다. 은행을 발로 밟은 한 시민은 신발 밑을 살펴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가기도 했다.
20대 C씨는 "은행을 밟으면 악취 때문에 온종일 기분 좋지 않다"며 "열매가 떨어지기 전 조치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원이 잇따르자 지자체들도 용역을 발주해 열매 처리에 나섰다.
성남시는 9월 초부터 은행나무 열매 수거를 시작했지만 나무 수가 많아 여전히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암나무가 2천515그루로 워낙 수량이 많다"며 "이용자가 많은 구간부터 순차적으로 털고 있지만 아직 못한 곳들도 있다"고 말했다.
수원시의 경우 이달 초 나라장터에 '가로수 은행열매 수거' 용역을 약 1억원에 의뢰했다. 오는 27일부터 수거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 작업은 장안구 53곳, 권선구 65곳, 팔달구 52곳, 영통구 37곳 등 207개 구간의 은행 암나무 3천457그루를 대상으로 작업이 이뤄진다. 은행 열매 진동 수확기를 활용해 열매를 털어 악취의 원인을 없앨 예정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본격적인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은행 열매 악취를 호소하는 민원이 늘고 있는 만큼 수거 작업을 빠르게 추진해 시민 불편을 해소하고, 쾌적한 가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김동필·이자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