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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철 K-water 한강유역본부 한강유역관리처장
지난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가 '6차 평가 보고서'를 공개하자 안토니오 구테헤스 UN 사무총장은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 즉 심각한 위기에 대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현재 기후위기는 전 지구를 재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올여름 폭우는 7월 중순 독일, 벨기에 등 서유럽을 시작으로 아시아와 아메리카에 걸쳐 세계 각지를 강타하면서 물 폭탄에 가까운 홍수를 발생시키고 있다. 비교적 인프라가 잘 갖춰진 유럽과 미국에서만 3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폭우뿐만 아니라 폭염으로 인한 가뭄과 산불의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7월 미국 서부지역과 캐나다에서는 기록적 폭염으로 수백명이 사망하고, 몇 달째 극심한 가뭄과 함께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이 밖에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등 유럽국가에서도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이 장기간 계속되어 피해가 속출했다.


독해지는 기후변화 인류 위협하는 '뉴노멀'
홍수예방, 유역내 수량 배분 저감대책 필요


독해지는 기후변화는 확률적 이벤트가 아닌 일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선진국, 개도국을 가릴 것 없이 인류를 위협하는 '뉴노멀'이 되었다. 최근 세계 기후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보다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와 가뭄 등을 인류의 더 큰 위험으로 경고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한강유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중부지방은 54일이라는 최장 장마기간 동안 852㎜의 최대강우가 내렸다. 잠수교 등 한강의 주요 하천지점 수위는 역대기록을 모두 경신했으며, 접경지역 군남댐은 건설 이후 계획홍수량을 초과하는 최대 홍수가 유입되었다.

반면에 올해 장마기간은 역대 3번째로 짧은 17일로 강우량도 151㎜를 기록하면서 지난해와는 정반대의 기상현상을 보였다. 비가 많이 오는 홍수기에 큰비를 막아 홍수조절과 저류를 통해 홍수피해를 막고 용수를 공급해야 하는 물관리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강유역은 중·하류 지역에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가 밀집하여 홍수에 취약한 반면 향후 반도체 산업단지 및 신도시 조성 등으로 지속적인 물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이러한 한강유역의 여건과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몇 가지 물 안전대책을 제언하고자 한다.

먼저 홍수대책으로는 기존의 댐과 제방 위주의 치수대책에서 벗어나 유역 내 홍수량을 배분해 저감하는 '유역차원의 종합 홍수방어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유역차원의 종합 홍수방어 대책을 위해서는 댐-하천을 연계한 통합관리체계 도입과 유역 저류기능의 확보, 홍수터 확대, 하천의 취약지구 개선 등을 추진하고 지류 하천에 대한 국가의 홍수관리 역할 증대로 홍수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도시화·산업화로 인한 도시 홍수피해 방지를 위해 빗물관리 및 저류기능 시설을 확대해야 한다.

반도체산단 이용물 재활용 부족 용수 대체
농업용 여유량, 생활·공업용수로 활용 고려


다음 이수 대책으로는 대체수자원 확보와 용수 이용계획 조정, 기존 수자원 시설물의 효율적 활용을 고려할 수 있다. 증가하는 반도체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번 이용한 물을 재이용함으로써 부족한 용수를 대체하고,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지역에서 지하저류지 등을 활용한 용수 확보를 추진해야 한다.

용수 이용계획은 댐의 농업용수 여유량을 생활·공업용수로 대체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수자원 시설물의 효율적 활용은 정부에서 시범운영 중인 북한강수계 발전용댐의 다목적 활용을 조기 추진함으로써 기존 다목적댐과 연계운영으로 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우리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반복했다. 그동안 정부는 홍수,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사후복구체계에서 사전예방적 대책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해 왔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행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제 전 지구적 물 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 앞서 언급한 종합적인 대책이 정책을 통해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현철 K-water 한강유역본부 한강유역관리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