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커뮤니티 글에 호가가 갱신됐다는 글이 연이어 오르면서, 시세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져서다.
A씨는 "팔고 이사를 가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 커뮤니티에서 호가가 올라가고 있다는 글을 보니 실거래가는 아니지만 손해 보는 기분이었다"며 "당분간 지켜볼 예정"이라고 했다.
화성시 병점에 사는 B씨도 지역 커뮤니티를 확인하는 게 빼놓지 않는 일과다.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부동산 정보 등을 확인하고, 직접 의견도 낸다.
B씨는 "지역 내 개발 호재와 이를 통한 매매 가격 연관성에 대한 정보가 지역 커뮤니티에 가장 먼저 오른다"며 "집 값 관리에 커뮤니티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지역민끼리 생활정보 등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카페 등 인터넷 지역 커뮤니티가, 지역의 부동산 정보통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민끼리 부동산 정보를 공유한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암묵적 가격 담합은 물론 확인되지 않은 개발 정보 등이 확산되는 통로 역할까지 하면서 이에 대한 최소한의 자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호가가 실거래가 된다?
집 값을 올릴 목적으로 안내문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특정 가격 이하로 중개를 하지 못하게 하는 담합 행위는 금지돼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매물을 내놓을 때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엄연히 소유자의 자유다.
호가를 기존 매매가 보다 높인 후 이를 지역 커뮤니티에 공개하면, 자연스레 주변 매물 호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실거래가 갱신 행진을 하고 있는 오산 운암 지역은 과도한 호가 상승의 대표적 지역이다.
이곳은 동탄 트램 등 교통 호재가 잇따르면서 한국부동산원 매매 시세보다 최대 2억 원 이상 높은 호가의 매물까지 나와 있는 상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집 주인이 매매 시세보다 호가를 정해서 집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당장 실거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가치를 높이려는 '가짜 매물'도 많다"고 귀뜸했다.
수원을 중심으로 하는 한 지역커뮤니티도 운영 목적에서 부동산을 제외한다고 돼 있지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글은 부동산 호가와 신고가다.
지역별 아파트의 호가와 신고가 갱신이 게시판에 공유되면서, 사실상 매도 기준가를 제시하고 있다.
화성시의 한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아예 매매 신고가 리스트가 표로 작성돼 올라오기도 한다. 기존 가격과 신규 가격 및 거래 일자까지 자세히 기재되는데, 출처도 없을 뿐이라 이와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업체와의 차이가 있어 신뢰성에 의심이 든다는 지적도 있다.
■커뮤니티 통한 부동산 정보공유로 자산관리까지… 실수요자는 연일 오르는 호가에 한숨도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는 부동산 정보에 대해서는 저마다의 의견이 다르다.
지역민끼리의 정보 공유이자 소통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실수요자의 거래를 막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자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역커뮤니티를 이용하는 한 시민은 "집 한 채가 중요 자산이 된 상황인데, 같은 지역에 서는 주민끼리 자산의 가치를 지지키고 정보를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며 "과거엔 일부 부동산 업소가 지역의 매물을 통제하려 했는데, 이에 대한 정보가 투명화 되고 공유되면서 이에 대한 부작용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신규로 매매나 전세거래를 해야 하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호가 상승 릴레이에 마음만 졸인다.
동탄에 신혼집을 알아보던 C씨는 "실거래가 갱신되면 바로 호가도 갱신된다. 하루만 지나면 필요금액이 더 늘어나는데, 대출도 축소돼서 계획했던 금액으로도 도저히 맞출 수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