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에 거주하는 이모(31)씨는 국내 A스니커즈 온라인 편집숍에서 1시간 동안 진행하는 나이키 신발 래플(Raffle·추첨)에 참여하기 위해 미리 핸드폰 알람을 맞췄다. 앞서 B편집숍 래플에도 참여했는데 아쉽게 놓쳤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여는 한정판 스니커즈 래플에도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이씨는 "신발 발매가가 15만원인데 당첨만 되면 최소 2배 이상 오를 것"이라며 "한정판이라 (가격이) 내릴 일은 없고 특별한 노력 없이 할 수 있는 재테크로 이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나이키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한정판 신발이 발매 후 2배에서 10배까지 가격이 뛰면서 이른바 '스니커테크(스니커+재테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스니커테크가 각광을 받는 데는 한정판 신발의 공급수량은 한정적인데 수요는 매우 높아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몫을 한다.
여기에 세대를 막론하고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신발은 주식, 코인처럼 위험 부담이 크지 않은 데다 추첨에 참여하기만 하면 돼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점 등도 스니커테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요인이다.
온라인 편집숍 등에서 추첨 구입
한정 수량에 수요 높아 '안정성'
"밑져야 본전이라 틈틈이 참여"
한정판 신발에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이들도 하나의 '투자'로서 스니커테크 문화를 발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수원에 사는 직장인 박모(47)씨는 "신발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도 온라인으로 손쉽게 추첨에 참여할 수 있어 '밑져야 본전'이란 마음으로 틈틈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층이 두터운 유명 연예인, 인플루언서들이 한정판 스니커즈 출시에 참여하는 점도 스니커테크 열풍에 기름을 붓고 있다.
앞서 가수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협업한 한정판 스니커즈의 발매가격은 20만원대였는데, 100배인 2천만원대까지 리셀(재판매) 가격이 치솟은 바 있다.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한 점이 영향을 미쳤는데, 지드래곤은 나이키와 협업해 또 다른 스니커즈를 출시할 것을 SNS에 예고해 벌써부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술렁이는 모습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신발 구매자와 판매자를 중개해주는 온라인 리셀(Resell) 플랫폼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약 20억 달러(약 2조2천억원)를 기록한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오는 2025년 60억 달러(약 6조5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