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군이 자라섬 남도 꽃 정원을 3년 연속 개방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 '힐링'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앞서 군은 예정됐던 축제 개최는 취소하고 꽃 정원 관람을 위한 개방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체온 측정, 소독, QR체크 등 방역 지침 강화를 전제로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꽃정원 입구와 출구를 구분하는 등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꽃 정원 곳곳에 안내 요원을 전진배치했다.
자라섬 남도 꽃 정원은 10만9천500㎡ 면적에 백일홍, 코스모스, 메리골드, 접시꽃, 해바라기, 칸나, 핑크뮬리 등 가을꽃으로 조성돼 지난 25일부터 본격 개장, 다음달 24일까지 운영된다.

입장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일몰 후부터 밤 9시까지는 고보조명, 레이저조명, 볼라드 등의 야간경관도 펼쳐진다. 입장료는 5천원으로 전액 가평사랑상품권으로 교환돼 사실상 무료인 셈이다.
개방 첫날인 지난 25일 오후 가평 자라섬을 찾았다.
방문을 위해 중도에 마련된 임시주차장에서부터 산책을 시작했다. 날씨는 잿빛 하늘로 흐리고 후덥지근했지만, 미루나무 가지가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시원하고 상쾌하다.
입구 표지 안내에 따라 자라섬 남도 가는 길 조형물을 지나자 마치 숲 속 오솔길을 걷는 듯 하다. 오솔길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엔 북한강이, 왼쪽에는 아담한 연못이 눈에 들어오는 주위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솔길 정취에 빠져 잠시 걷다 보니 어느덧 방역시설이 마련된 출입구다. 실내에 있을 법한 터널형 방역시설이 눈에 띈다. 온도체크, 소독, QR체크 등이 마련된 방역시설은 물론 관계자들의 행동도 일사불란하다.
본격적인 남도 꽃 정원 탐방에 들어가니 첫 관문인 중도와 남도를 이어주는 꽃으로 꾸며진 다리가 맞이한다. 다리 곳곳에서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꽃과 북한강이 어우러진 풍광에 탄성 소리도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출·입구 구분 안내요원 곳곳 배치
백일홍·해바라기·구절초 한눈에
포스트 코로나시대 힐링 장소로
꽃 다리를 지나니 백일홍, 해바라기, 핑크뮬리, 구절초 등의 군락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도 전체 조망을 위해 소나무 군락지로 조성된 코스2로 발길을 잡았다. 이 코스는 남도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좌우편에 각각 코스모스·황화코스모스·해바라기·접시꽃 등과 구절초, 핑크뮬리, 백일홍 등이 북한강와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하다. 소나무와 구절초의 하모니도 발길을 즐겁게 한다.

소나무 군락지를 지나자 내리막길로 백일홍이 드넓게 자리 잡고 있다. 여러 코스고 이곳으로 향하는 것을 보면 메인 정원인 듯하다.
백일홍 꽃밭을 지나자 '꽃피는 한반도', '일월오봉도', '세계 여러 나라 정원'이 눈에 띈다.
특히 꽃피는 한반도는 코로나19로 흩어져 있는 마음의 조각을 태극문양의 기운으로 한데 모아 새 생명의 희망을 불어넣고자 기획했다고 한다.
남도의 끝자락인 선착장도 시선에 들어온다. 삼삼오오 앉자 담소를 나누는 방문객 등의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하지만 유심히 강을 바라보니 잦은 물결이 바람에 일렁이고 곧이어 시원한 바람이 몸을 휘감는다. 간만에 맞이한 강바람이다.
선착장을 뒤로하고 남도의 서쪽 코스인 코스1 산책로로 발길을 옮겼다. 낙조가 일품이라는 소리를 들어서다.
하지만 이날은 구름에 가려 이 풍경은 볼 수 없었지만 걷는 내내 버베나, 핑크뮬리 등이 함께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남도 관문인 꽃 다리를 뒤로한 채 출구를 향하는 길목에는 꽃 정원 탐방의 아쉬움을 위로하는 듯 호박 터널이 조성돼 있다. 호박 양액재배 터널형 실증 하우스로 조성된 이 터널은 길이 175m, 폭 3.5m로 애플 박, 도깨비 방망이 박, 이색 칼라배 호박, 여주, 뱀 호박 등 박과류 13종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백미다.
이로써 1시간여의 꽃 정원 탐방이 마무리됐다.
탐방을 마치고 나니 눈은 시원하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어딘가 모르게 뿌듯한 느낌이다. 자라섬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힐링'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는 이유를 알 듯하다.

가평/김민수기자 km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