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대물림'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 배우는 역사 과목 속 과거의 나라와 현재의 한국이 다른 건 바로 '실력'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일 겁니다. 과거엔 부모의 신분과 지위가 자녀에게 대물림됐지만, 모두가 평등한 현재엔 개인이 가진 실력과 재능으로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습니다.
비단 판사나 검사, 의사나 변리사 같은 전문직종뿐 아니라 유튜버와 같은 엔터테이너까지 각자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해도 '부'를 이룰 수 있다는 게 현재 사회의 특징입니다.
이런 사회의 바탕에는 '공정한 경쟁'이라는 규칙이 중요합니다. 개인의 능력과 적성으로 성취할 수 있는 사회라는 것은 곧 부모의 지위·신분, 나아가 부모의 '부'가 자녀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아야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부의 대물림' 문제 부동산 영향 커
법 제정·운영하는 이들 투명해야
한국에서 '부'를 성취하는 중요한 수단이 '부동산'이라는 사실은 어쩌면 불행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마다 오르는 주택·토지의 가격은 주택·토지를 소유한 사람에게 많은 부를 안겨주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겐 박탈감을 주곤 합니다.
이런 배경을 이해하면 '공직자 재산공개'라는 규칙이 왜 생겨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큰 규칙으론 '법'이 있고, 여러분이 사는 도시에는 '조례'라는 또 다른 규칙이 있습니다. 법이나 조례란 건 우리가 사는 사회를 움직이는 규칙인데, 이 규칙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이 바로 '공직자'인 국회의원·시장·군수·공무원들입니다.
만약 이 규칙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이 자신들을 위해서만 규칙을 만들고 운영하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다들 자기에게 유리한 규칙을 만들고, 또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규칙을 운영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런 것을 막기 위해 우리 사회는 공직자의 재산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여기 '허점 많은 공직자 재산공개'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공직자 재산공개란 건 이렇게나 중요한 문제인데 실상 이 제도가 그리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선 공직자가 스스로의 판단으로 재산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경기·인천지역 국회의원 71명의 재산 내역을 보니 30명이 가족 중 최소 1명 이상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습니다. 경기도와 인천에서 활동하는 공직자이지만, 서울 부동산을 소유한 경우도 여럿이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인 수원 경실련은 "공직자 재산 공개 목적이 이들이 사적 이익을 취했는지 여부를 감시할 수 있게 하는 데에 있는데 고지 거부로 취지가 무색해 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체장 상당수 가족재산 고지 거부
어떻게 제대로 일 하는지 감시 고민
국회의원뿐 아니라 시장·군수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경기지역 31개 시·군 단체장의 재산 내역을 보니 13명의 단체장이 독립생계유지나 타인 부양 등의 이유로 가족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고 있었고, 이들 단체장과 관련돼 재산공개 범위에 들면서도 고지 거부를 한 경우는 22명에 달했죠.
우리 사회가 공직자 재산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건, 그렇게 해야 규칙을 만들고 규칙을 다루는 공직자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감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산공개를 "개인정보여서 공개할 수 없다"며 거부한다면 우리는 이들이 정말 공평하고 정당하게 규칙을 만들고 운영하는지 감시할 수 없을 겁니다.
'부의 대물림' 대신 실력과 적성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직자 재산공개', 여러분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