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801000898500044411

"문제는 경제다, 멍청아." 이 말은 1992년 미 대통령 선거 당시 빌 클린턴 진영의 선거구호였다. 예나 지금이나 경제는 생존의 문제이며, 국가와 사회를 좌우하는 핵심 사안이다. 그런데 영어 이코노믹스(economics)를 경제(經濟)·경제학(經濟學)으로 번역하는 것은 정확한 것일까?

동아시아 한자문명권에서 경제는 '시경', '대아편'에 등장하는 "재어 보고 맞춰보고"라는 '경지영지(經之營之)'에서 그 용례를 찾아볼 수 있으며, 춘추시대 노나라 역사서인 '좌전'에도 '경국제세(經國濟世) 즉 나라를 잘 다스려 백성을 구제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이는 '경세제민(經世濟民)'과 같은 말이다.

이헌창 고려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코노믹스는 그리스어 가정(家庭)을 뜻하는 'oikos'와 관리 또는 법을 의미하는 'nomos'의 합성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가정관리란 뜻을 지닌 'oeconomica'란 말이 오늘날 경제학의 유래가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제는 주로 '경세제민'의 의미로 사용되어 왔는바, '경국대전'이라든지 홍만선의 '산림경제'(1715), 서유구의 '임원경제지'(1830) 등에서 경제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 저서들은 가정생활·가정경제·농업관리 등의 관점에서 집필된 것인데, 심지어 약과를 만드는 조리법도 기술돼 있다. 이코노믹스가 오늘날처럼 '경제' 또는 '경제학'의 의미로 자리 잡은 것은 1862년 일본 막부(幕府) 시대 난학자인 니시 아마네(西周) 등이 이를 '경제', '검약' 등으로 번역하면서부터다.

최근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 헝다(Evergrande)가 350조원에 달하는 빚더미에 올라 사실상 파산 상태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경제적 파장에 국내외 안팎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줄도산과 자영업자 종사자들의 잇따른 폐업에 천문학적으로 늘어가는 국가부채도 걱정이다. 뿐인가.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그리고 20·30대의 대출 이른바 '영끌과 빚투'도 문제다. 오른 것보다 오를 것이 많은 상황에서 우윳값과 전기료 인상이 향후 생활물가 전반에 미칠 영향 또한 작지 않을 것이다. 가계대출 축소와 금리인상도 좋지만 '경세제민'을 위한 총체적인 경제상황 점검이 시급해 보인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