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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범죄심리학자·경기남부경찰청 9기동대 근무
내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되지만 집회 시위 등에는 여전히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다. 당국에서는 현재 전국적으로 집회 시위를 금지하거나 인원수를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확산되는 감염병을 예방하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비상 상황에서 내려진 결단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정부의 방역지침을 따르고 있지만 일부 종교단체와 노동단체 등에서는 '쪼개기 집회', '걷기 운동', '차량 시위'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형된 집회 현장에서 시위자나 경찰관이나 감염병에 대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 방역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집회에도 경찰기동대는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지킬 수 있도록 시민에게 유도하며 시위 현장에서 근무를 한다. 물론 코로나로 인하여 경제 상황이 극도로 나빠짐에 따라 노동단체 및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에는 이해가 간다. 이에 경찰은 시위대가 안전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서로 충돌 없이 집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시위대와 함께 있을 수밖에 없다.

시위 현장에서 경찰기동대의 역할은 집회자들이 간격을 최대한 유지하고 도로로 위험하게 나오는 시위자가 없도록 통제하는 것이다. 또한 시위대가 지나가는 도로마다 기동대원을 선 배치하여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경찰기동대의 일이다. 경찰기동대는 집회 때마다 예상되는 문제와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 인원을 나누어 배치하여 시민들이 혹시 모를 불편함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를 한다. 왜냐하면 격분한 시위대의 일탈행동과 언제 어떤 일이 생길 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집회 현장을 지키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예방책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8일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는 전국 자영업자 3천여명이 참여하는 심야 '차량시위'를 시행하였다.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지나가면서 생존을 위한 클랙슨을 울렸다. 자정을 넘어 계속되는 행렬에 대하여 정차하지 못하도록 경찰기동대는 도로 상황에 따라 배치됐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호루라기와 교통봉으로 자동차가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고 새벽 3시경 시위가 끝이 났다. 이날 다행스럽게 큰 사건 사고는 없었지만 집회자들과 경찰들은 모두가 힘든 밤을 보냈으며 몇 시간 뒤에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세종시에서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비노조원을 상대로 폭행을 한 일이 있었다. 현장에서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경찰들이 배치되어 근무를 하고 있지만 이 같은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감정보다는 이성적인 사고가 중요하다는 판단이 든다. 더욱이 안전사각지대에서 목적을 같이 하는 구성원끼리 순간적으로 발생한 폭력의 경우 예측할 수 없는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기동대가 배치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코로나 시대에 경찰기동대는 집회 시위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인원이 부족한 생활치료실에서 확진자 및 자가 격리자의 출입을 관리하고 보건소에서 방역복을 입고 근무를 한다. 근무 시작 할 때 코로나 검사를 받고 보통 2주 근무를 마치고 교대할 때 검사를 받는다. 검사 후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아무 일정도 잡지 못하고 집에서 대기를 해야 한다. 코로나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이러한 업무를 지원한 경찰관 대부분은 반복되는 코로나 검사와 대기 등으로 인해 사실상 피로가 누적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얼마 전 생활치료실에서 근무하는 경찰기동대 직원이 확진된 적이 있다. 물론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있지만 불특정 다수의 확진자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은 만큼 코로나에 확진될 가능성 또한 비례한다. 그렇지만 경찰기동대는 국민들의 안전이 위협당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면 휴무와 휴일 없이 언제든지 출동하며 근무에 임하고 있다. 더욱이 시민들의 방역 및 안전을 위해 시위의 열기가 더해가는 도로의 온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국민의 방파제'를 자처하는 것이다.

/김윤식 범죄심리학자·경기남부경찰청 9기동대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