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 가까이에 숨은 따뜻한 판타지와 스토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일본 애니메이션계 거장,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이 3년 만에 찾아왔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 신작
가상세계 시대 명암 통찰
3차원의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속에서 펼쳐지는 힐링 판타지 '용과 주근깨 공주'는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노래할 수 없게 된 소녀 '스즈'가 50억명이 모인 가상세계 U를 통해 화제의 가수 '벨'로 다시 태어나며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U는 사상 최대의 인터넷 공간으로 As라 불리는 아바타로 이뤄진 세상. As는 현실 세계의 생체정보와 연동해 만들어지며, 유저의 외면과 내면이 모두 반영돼 숨겨진 능력을 발현할 수 있다.
평범한 10대 소녀 '스즈'는 이러한 U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뽐내며 글로벌 스타로 거듭나지만, 누군가는 그를 선망하고 추앙하는 반면 누군가는 시기하고 질투한다. 여기에 등장한 정체불명의 존재 '용'은 악성 댓글과 루머를 몰고 다니며 U의 질서를 어지럽힌다.
하지만 큰 상처를 안고 있는 듯한 '용'에게 마음이 쓰이는 '벨(스즈)'. 과연 벨의 목소리가 용에게까지 닿아 기적을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이번 영화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괴물의 아이', '미래의 미라이' 등 전작을 통해 다져온 감독 특유의 세계관을 집대성했다. 또 가상과 현실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별한 세계관은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점차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오고 있는 메타버스 시대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통찰력 있게 담아내는 감독의 의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벨'의 캐릭터 디자인은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애니메이터로 유명한 김상진이 맡았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러브콜로 성사된 이번 만남은 거대한 운명 앞에서도 강인한 내면을 가진 벨의 캐릭터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김상진 '벨' 캐릭터 디자인
칸영화제 초청… 日서 흥행
영화는 제74회 칸 영화제 '칸 프리미어' 부문에 공식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 상영이 된 것을 비롯해 일본에서 개봉 57일 만에 누적 관객 423만명, 흥행수익 58억여 엔을 돌파하며 감독 역사상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오늘날의 인터넷은 과거 인터넷이 꿈꿨던 '자유로운 공간'이기 보다 현실과 너무 가까워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 인터넷을 끌고 갈 것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