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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주식이나 코인을 샀다가 투자원금 밑으로 시세가 떨어질 때, 추가 하락을 예상해 손해 보고 팔아버리는 걸 '손절'이라 한다. 반면에 현재까지의 손실이 너무 커서 못 팔고 있는 걸 '물렸다'고 표현한다. 물려있는 이들은 반등을 노려보지만, 거대한 외력에 의해 끝모르고 계속되는 하락장은 일상의 의욕을 앗아간다.

지금 청년들이 코인에 물려있다. 거실에서 사자를 키워도 이보다는 덜 물리겠다며 신음하고 있다. 최근 국내 코인거래소가 대거 정리된 데다 중국 본토에서의 거래소 탈출 러시가 겹치면서 상황이 특히 좋지 않다. 한때 내 집 마련의 꿈도, 결혼의 꿈도 꾸게 해준 코인판이 적어도 요즘만큼은 청년들을 무기력증에 빠뜨리고 있다.

기성세대는 코인판을 도박장에 비유했다. 어린 나이에 코인으로 수억·수십억원을 벌었다는 얘기가 들려오면 비상식적이고 불공정한 거래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실제로 성장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김치코인(국내 발행 코인)들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며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기도 했다. 그렇다 해도 청년들은 여전히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거래소 애플리케이션을 수시로 들여다보며 언젠가 쾌재를 부를 날을 기다린다.

한데 스마트폰 한쪽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는 청년들을 복잡하고 아리송하게 만든다.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는 뜻의 '화천대유(火天大有)', 태평의 세상에 가고자 힘을 합치고 노력한다는 뜻의 '천화동인(天火同人)' 1호 2호 3호…. 무협지 속 백발의 고수를 연상케 하는 회사들을 통해 지인들끼리 수천억원을 쓸어담았다는 소식이 연일 이어진다. 똑같은 청년인데 누구는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손에 쥐었다고도 한다.

이 모든 게 합법적인 투자였다는데, 청년들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하는 듯하다. 하늘의 도움 없이 그날그날 시세에 따라 서로의 돈이 옮겨지는 이상 이하도 아닌,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끼리의 코인판이 차라리 상식적이고 공정해 보인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