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교 대장지구 행정 명칭은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이다. 1914년 조선행정구역변경 때 태릉, 장토리, 무두안이(뫼두루안)를 병합해 광주군 낙생면 대장리가 됐다. 1971년 성남출장소에 편입됐다가 1973년 7월 성남시 승격과 함께 대장동으로 승격됐다.
풍수지리로 본 대장지구는 '비룡심수형(飛龍尋水形)'에 가깝다. '날아가는 용이 물을 찾았다'는 뜻으로 훌륭한 인물이 태어나거나 '물길이 재물의 유출을 막는 모양새' 등 주거지로 적합한 지역이라 한다. 주산(主山)인 태봉산(317m)과 응달산(322m) 자락에 안겨 푸근함과 안정감을 준다. 예로부터 명당자리로 소문이 자자했고, 위쪽에는 집단 묘지가 조성돼 있다.
사방이 녹지로 둘러싸인 데다 높지 않은 산이 일대를 에워싸, 풍수학자들은 산이 주인을 안전하게 호위하는 모양새라고 본다. 산의 생김새가 모나지 않아 주민들이 자연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거주지로서 좋은 환경을 갖췄다는 거다. 안동 하회마을에 비유할 정도로 후하게 보는 풍수가도 있다. 용인서울고속도로 고기IC와 접했고, 서판교에 미금·동천역과 가까워 교통 환경이 뛰어나다.
대장지구는 재물이 모이는 길지(吉地)라는 견해도 있다. 상류 지역 물이 낙생저수지에 모이고, 저수지에 도달하기까지 대장동 주위의 작은 하천들은 숱한 산세를 거쳐야만 한다는 것이다. 수구 근처에 형성된 나성(羅星) 덕에 유속이 느려져 부(富)가 빠져나가는 걸 막아준다고 한다.
대장지구 개발사업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전직 고위 법원·검찰 인사들의 연루설이 끊이지 않고, 50억원 퇴직금을 받은 아들을 둔 국회의원은 탈당했다. 검·경은 사업 지주사인 화천대유(火天大有)와 천화동인(天火同人) 관계자를 소환 조사하고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내부자의 녹취록과 증거물을 검찰이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한다. 여의도 주변엔 여·야 정치인들의 금품 수수 명단이 파다하게 떠돈다.
대장동 원주민들은 개발에 밀려 조상이 피땀으로 일군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공영개발이라고 해 집·전답을 헐값에 넘겼더니 업자들만 천문학적 수익을 봤다고 분노한다. 하늘이 내린 불길(火天)이 너무 거대해 낙생저수지 물로도 역부족일 지경이다. 재화를 향한 탐욕에 '주거 명당' 대장동 마을이 아수라가 됐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