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호계동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전모(37)씨는 지난달 카스텔라 빵의 가격을 개당 2천원에서 2천500원으로 올렸다가 사흘 뒤 다시 2천원으로 낮췄다. 핵심 재료인 달걀과 곡물 가격이 치솟아 재료비 부담을 느낀 건데, 가격이 오르니 판매율이 현저히 떨어져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이다.
이런 상황 속 우윳값 인상 소식에 다시 가격을 올려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우유 가격이 오르면 빵 가격을 올리지 않고는 버틸 수 없어서다. 전씨는 "빵 가격을 올리게 되면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이탈한 손님들이 아예 발길을 끊어버릴지도 몰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권모(46·수원 행궁동)씨도 우윳값 상승에 따른 재료비 부담을 느끼고 있긴 마찬가지. 커피 메뉴 상당 부분에 우유가 들어가서다.
권씨는 "우리 카페는 빵 종류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 달걀 가격이 올랐을 땐 부담이 피부로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우윳값이 인상되면 커피 메뉴 전반에도 영향을 주게 돼 원가 압박이 상당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우윳값 인상이 현실화하자 소비자들은 물론, 이미 달걀과 밀가루 등 주요 재료비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동네 제과점과 카페 업주들도 긴장하고 있다.
이달 서울우유 5.4% 인상키로
경쟁업체들 잇따라 조정 예고
"재료비 부담… 손님 끊길 걱정"
지난 23일 우유업계 1위 서울우유가 10월부터 우윳값을 5.4% 올리기로 결정하자 경쟁 업체들도 잇따라 우윳값 상승을 예고하고 나섰다. 30일 원유업계에 따르면 동원F&B는 오는 6일부터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6% 인상할 예정이고, 매일유업은 평균 4~5% 인상에 나설 계획이다.
원유업계가 일제히 우윳값 인상을 단행하는 건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지난 8월1일부터 1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인상되면서 원가 부담으로 손실이 불가피해지자 내린 결정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우윳값 인상에 따라 관련 업계의 부담이 전반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소비자들도 우려가 크긴 마찬가지다.
이날 이마트 수원점에서 만난 김모(62)씨는 "우유는 살 때 가격을 안 보고 샀었다. 매주 마트에 올 때마다 우유 하나씩은 꼭 카트에 넣곤 했다"면서 "가격이 오른다면 부담이 커질 듯해 앞으로는 이것저것 가격을 따져 보고 우유를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수원점 관계자도 "인상을 앞둔 상황이라 향후 우윳값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지켜봐야겠지만 우윳값이 오르면 버터, 요구르트 등 관련 제품이 연쇄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