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에도 우리나라 드라마가 해외에서 호평받은 바 있다. '사랑이 뭐길래'가 대만에서 인기를 얻은 것이 25년 전이다.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대장금'이 아시아 전역에서, 비교적 최근에는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인기를 얻었다. 이른바 '한류(韓流)'다. 한류는 국내 지상파방송 인기 드라마가 해외로 수출되어 그 나라 지상파방송을 통해 소개되는 구조였다.
넷플릭스, 제작자 자율성 존중 유명
그들의 역량 최대 발휘 '성공 비결'
오징어 게임은 어떤가. 그 뒤에는 '넷플릭스'가 있다. 국내 방송용 드라마로 오징어 게임이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제작비의 한계와 각종 규제로 인해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영화로 만든다면? 영화의 상영시간은 100분 내외다. 밀도는 더 높아진다. 세계 유명 영화상을 수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흥행에 성공한 '신과 함께'처럼 국내 천만 관객 돌파에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에 2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성공에 따른 보너스가 없다는 식으로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국뽕'적 발상이다. 글로벌 콘텐츠의 제작-유통-소비 과정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다. 한국 시장만을 대상으로 한 드라마에 2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는 1차적으로 한국 가입자를 타깃으로 한다. 그렇지만 세계 '대박'도 염두에 둔다. 콘텐츠의 성패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추가 비용 없이 각국 언어로 번역하여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투자는 국내 영상산업 활성화에 기여한다. 넷플릭스는 제작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징어 게임 '참여자'들은 그들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했다. 이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이미 넷플릭스는 2017년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 투자한 바 있다. 오징어 게임 외에도 'DP', '킹덤', '승리호' 등도 참여했다. 누적된 투자의 결과가 오징어 게임이란 만루홈런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한국의 시장규모는 물론 국내 영상 제작인력의 잠재력을 이미 알고 있었다.
또한 오징어 게임은 지상파 방송의 황혼을 알려준다. OTT시대가 열렸다. OTT는 인터넷으로 영상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더 이상 대장금 같은 형태의 한류는 기대하기 어렵다. 넷플릭스의 경쟁자인 '디즈니 플러스'도 곧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글로벌 OTT와 경쟁하는 국내 사업자는 '티빙', '웨이브', '왓챠'다. 이들은 최근 들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어 사용층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성공의 관건이다. 한두 편의 '반짝' 히트작은 가능하지만 꾸준하게 신작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국내 우수 인력들 다양한 분야 진출
'끼' 펼칠 수 있도록 터 마련해 줘야
글로벌 플랫폼 구축·투자 '필수적'
한국은 1960년대 경제개발 이후 불과 50여 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먹고 살만해야 여가를 즐길 수 있다. 골프, 피겨스케이트는 백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박세리 선수 같은 선구자들이 이들 종목에서 세계정상권에 올라섰다. 아카데미상, 빌보드차트도 남의 일로 알았었다.
경제성장이 문화융성을 가져온다. 문화산업의 성공은 2M, 즉 인력(Man)과 자본(Money)이 투입되어야 가능하다. 우수 인력들이 문화현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영상만이 아니다. 게임, 웹툰, 소설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될 것이다. 그들이 '끼'를 한껏 펼칠 수 있는 터를 마련하는 것이 기본 전제다.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플랫폼 구축이 필수적이다. 양질의 콘텐츠-가입자 증대-제작비 재투자의 선순환 구조에 돌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사업가와 이에 동참하는 벤처 투자자가 필요하다. 문화산업으로 투자자금이 유입된다면 성공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