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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줄임말이다. 풍수에 대한 인식은 비과학적 지상술(地相術)로 또는 전통적인 자연철학으로 엇갈린 채 논란을 거듭하며 우리 생활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에서 과거시험을 통해 풍수사 곧 지관(地官)을 선발했다. 풍수에서는 산과 물과 방향이 핵심이며 이를 기준으로 해서 간룡법·장풍법·득수법·정혈법 등으로 세분된다. 여기에 묘터를 잡는 음택풍수, 집터를 따져보는 양택풍수, 그리고 마을과 도시의 입지를 살피는 양기풍수 등으로 나뉜다.

서울은 음양오행론에 기초한 풍수설과 '주례'의 '고공기' 등을 근거로 북악산을 주산으로 낙산을 좌청룡, 인왕산을 백호, 남산을 주작 곧 안산으로 삼았다. 현재 서울은 태조 3년인 1394년 개경에서 옮겨와 지금까지 6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의 수도로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경기(京畿)란 말은 1018년 고려 현종 8년부터 등장하여 왕성 곧 수도의 주변 지역을 가리키는 지역 곧 수도권을 일컫는 말로 통용된다. 참고로 경기란 말은 중국에서 수도인 도성을 '경'이라 하고, 그를 둘러싼 외곽지역을 '기'라 한 데서 유래했다. 이처럼 서울과 경기는 각각 600년과 1천년이 넘는 긴 역사를 이어온 우리의 문화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수도권 집중과 과밀화 해소 그리고 지방균형발전론을 내세워 경기를 남북도로 나누자는 분도론(分道論)과 함께 세종시로 아예 행정수도를 옮기자는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 분도와 천도는 국운은 물론 전통문화와 일상생활을 좌우하는 큰 사건으로 표를 의식한 정치 논리나 대선 주자들의 정책 차원을 넘어서는 큰 사안이다. 당연히 이는 도민과 국민의 의사를 묻는 투표 같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의제다.

익명을 요구한 어느 풍수전문가는 안타깝게도 세종시는 양기풍수상 수도로서의 국세를 갖추지 못한 곳이며, 경기 분도는 공연히 선거구나 늘리는 일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분도와 행정수도 이전은 지방 균형 발전과 효율성 때문이다. 검증이 쉽지 않은 풍수설을 따라서라기보다 한·중·일 어디에서도 역사상 경기 지역을 나눈 바 없었기에 분도론도 행정수도 이전론도 낯설다. 지방균형발전과 행정의 효율성이냐 유구한 전통문화와 역사성을 지켜가야 하느냐 그것이 문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